20년 전 증여받은 10억 상가건물, 유류분소송서 벗어나는 방법 [조웅규 변호사의 품격있는 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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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세 50억원… 상속분쟁 가능성
20년 전 증여받은 후 10년 전 매각했다 해도
유류분 계산할 때는 현재 시세로 판단
’유류분 반환 폭탄‘ 맞을 수도… 유언대용신탁도 안전하지 않아
상속 포기하면 처음부터 상속인 아냐… 유류분 소송에서 벗어나
상속개시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신고해야
‘조웅규 변호사의 품격있는 상속’은 상속‧자산관리와 관련된 핵심 내용을 살펴봅니다. ‘완벽한 상속’을 계획하는 이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들을 유형별로 들여다봅니다.A씨는 20년 전 모친으로부터 당시 시가 10억 원 상당의 상가건물을 증여받았다. 동생인 B씨는 모친의 남아있는 재산 전부(사망 당시 10억 상당)를 유증받기로 했다. 최근 모친이 사망하자 B씨는 A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생전에 증여받은 상가건물의 현재 시가가 50억 원에 달하기 때문에 A씨가 5억 원 상당의 유류분침해액을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A씨는 B씨에게 유류분을 반환해야 할까.상속은 사람이 보유하던 자산을 그가 사망한 경우에 어떻게 처리할지 정하는 제도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피상속인의 재산처분 자유를 존중해 당사자 희망에 따라 재산이 이전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의 상속 및 자산관리 전문가인 조웅규 변호사가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상속분쟁 동향, 분쟁 방지를 위해 고려해야 할 점, 분쟁 발생 시 대응법 등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상속 준비 단계에서의 효과적인 자산관리 방안도 모색해 봅니다.
[편집자 주]
하지만 피상속인의 의사에 반해 상속인에게 일정한 범위의 상속분을 확보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유류분이다. 부양이 필요한 상속인이 있음에도 그가 상속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가혹하다고 보는 것이다.
국내 민법은 피상속인이 생전에 자기 재산을 어떻게 처분할지를 정해두더라도, 상속인은 법정 상속분의 1/2 내지 1/3에 상당하는 유류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는 피상속인과의 관계가 어떠했는지, 피상속인의 생전에 그의 생활에 기여한 정도가 있는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인 기준이다.따라서 유류분 소송은 상속결격사유가 없는 한 피상속인과의 관계나 가족 구성원 역할을 했는지 여부를 가리지 않고 제기된다. 효자라고 이기거나 불효자라고 지는 게임이 아니다.
따라서 유류분 소송에서는 유류분을 산정하는 상속재산이 무엇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즉 어떤 재산이 유류분을 계산하기 위한 기초재산에 포함되는지, 그리고 해당 재산의 가액을 얼마로 평가하는지에 따라 유류분의 침해 여부나 그 액수가 현저히 달라진다.특히, 유류분은 피상속인이 사망할 때 남겨진 상속재산만을 기준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상속분의 선급으로 볼 수 있는 생전 증여도 포함해서 계산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상속인의 경우 유류분 반환의 대상이 되는 증여재산은 시기를 가리지 않는다. 따라서 수십 년 전에 증여받은 재산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유류분반환청구 사건의 경우 상대방이 오래전에 증여받은 재산을 찾아내고 그 가액을 확정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사례로 돌아가서, B씨의 유류분은 상속재산 10억 원과 A씨가 생전에 증여받은 상가의 상속개시 당시 가액인 50억 원을 더한 60억 원의 1/4인 15억 원이다. 따라서 B씨는 유증으로 받은 10억 원 이외에 5억 원 상당의 유류분이 침해됐음을 이유로 A씨에게 그 반환을 구할 수 있다.
A씨가 받은 상가의 가치를 생각하면, B씨의 유류분반환청구는 정당해 보인다. 하지만 만약 A씨가 상가의 가격이 오르기 전에 급매로 10억 원에 매각한 경우라면 어떨까? 이 경우에도 A씨는 B씨의 유류분반환청구를 피할 수 없는 것일까?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생전증여라면, 그것의 가치는 원칙적으로 상속개시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유류반환청구의 기초가 되는 생전증여 대상인 상가의 가액은 A씨가 그것을 10억 원에 처분했다 하더라도, 50억 원이 되는 것이 원칙이다.A씨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지만, 만약 A씨가 해당 상가를 증여받지 않고 모친이 계속해서 보유했다면, 50억 원 상당의 가치가 있는 상태에서 상속재산이 되었을 것이라는 사정을 고려한 결과다. 다만, A씨의 입장에서는 이득을 본 것이 없음에도 5억 원이라는 거액을 유류분으로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나도 억울할 수 있다.
피상속인 입장에서는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A씨에게 재산을 증여했는데, 유류분으로 인해 피상속인의 의사와 달리 A씨는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이처럼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재산처분 의지를 실현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어떻게 하면 유류분을 피해 갈 수 있을지를 찾아내려 노력해왔다.
그런데 최근 하급심에서 유언대용신탁 된 재산에 대해 유류분반환청구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유언대용신탁을 설정하면 유류분 산정에 있어 신탁원본을 수탁자에게 증여한 것으로 인정된다. 그런데 상속인이 아닌 제3자를 수탁자로 하고 유류분침해에 대한 쌍방의 고의가 없으면 설정 후 1년이 지난 유언대용신탁은 이후 위탁자인 피상속인이 사망하더라도 유류분반환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유언대용신탁(미국의 경우 Living Trusts)은 미국에서 노먼 데이시의 ‘How to Avoid Probate!'라는 책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상속인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는 유언검인제도(Probate)를 피할 수 있다는 내용의 책이다. 그렇다면 유언대용신탁이 국내에서 유류분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위 판결은 하급심 판결에 불과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 어렵다. 추후 대법원판결이 나올 텐데 해외 사례나 학계 동향 그리고 당시 위 판결이 선고된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면,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유류분을 피해 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남겨질 상속인들에게 굳이 그 위험을 부담시킬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A씨와 같은 억울한 사람들은 유류분 제도로 인한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할까. 다행히도 상속을 포기하는 방법으로 이를 벗어날 수 있다. 유류분 반환의 대상이 되는 증여는 상속인인 경우에만 시기의 제한이 없고, 상속인이 아닌 자에 대한 증여의 경우에는 다른 상속인의 유류분을 침해할 의도가 없는 한 상속개시 전 1년간 이뤄진 것만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상속인은 상속을 포기하면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닌 것이 되므로, 유류분과의 관계에서도 상속인이 아닌 것으로 보고 원칙적으로 상속개시 전 1년간 이루어진 증여만 반환의 대상이 된다. 상속 포기는 국내 상속법의 가장 기본적인 제도 중의 하나다.
그런데 상속 포기는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상속 포기 전에 상속재산 처분 등으로 상속을 승인한 것으로 간주된 경우에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의를 필요로 한다. 즉 본건의 경우에 처음부터 상속 포기를 검토하지 않으면, 때를 놓칠 위험이 높다. 실제로 적지 않은 사례에서, 상속 포기를 간과해 유류분반환청구 사건에서 패소한다.
A씨가 적법하게 상속을 포기한다면 A씨에 대한 생전증여는 상속인이 아닌 자에 대한 증여가 된다. 따라서 이는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증여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A는 B의 유류분을 침해한 사실이 없어 5억 원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
법은 오랜 시간 공동체를 유지하고 구성원들의 권리를 지키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그것을 제대로 모르거나 잘못 사용하지만 않는다면, 우리의 권리는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다.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및 대학원 졸업(민법/신탁법)
제41기 사법연수원 수료
한국신탁학회 상임이사
중견기업연합회 기업승계 담당 변호사
상속신탁연구회 회장
Estate Planning Center 상속설계 본부장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