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앞세워…우크라, 크림반도 탈환 의지 활활

러 해군사령부·공군기지 공습
흑해함대 운신 폭 좁아져
"서방 지원 무기가 게임체인저"
우크라이나가 2014년 러시아에 넘겨준 크림반도의 수복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무인기 공습으로 러시아군의 전력을 조금씩 갉아먹는 전술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군의 무인기 공격으로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크림반도가 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군의 취약점을 공략해서다. 크림반도 내 방공망이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러시아군의 흑해 제해권도 위태롭다는 설명이다.우크라이나군은 이달 들어 크림반도의 러시아 군사시설을 연달아 공습했다.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 있는 러시아 해군사령부가 드론 공격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에는 크림반도 사키공군기지에서 폭발이 일어나 러시아군 전투기 8대가 손실됐다. 미국 안보싱크탱크인 메디슨폴리시포럼의 존 스펜서 국방연구소장은 “(우크라이나군이) 사키공군기지와 세바스토폴을 계속 공격한다면 전세가 뒤집혔다고 볼 수 있다”며 “공습으로 인해 러시아군은 보급과 지휘 능력을 상실하고 흑해함대 운용 범위도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전력 약화를 부정했다. 사키공군기지가 공격받았을 때 러시아군은 폭발이 일어난 건 단순 사고라고 해명했다. 세바스토폴 공습이 벌어진 다음날인 20일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 행정부 수반은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을 격추해 사상자는 없었다. 방공망은 잘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의 이런 전술이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벨리나 차카로바 오스트리아 유럽안보정책연구소장은 “지금 당장 우크라이나군이 대대적인 반격을 할 순 없지만, 공습을 통해 러시아군 전력을 갉아먹는 동시에 사기도 떨어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소규모 공습이 지속되면 우크라이나군 전력 증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무인기를 활용해 러시아군 방공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파악할 수 있어서다. 동시에 서방국가가 제공한 신형 무기를 사용하면서 전투 역량을 기를 수도 있다. 차카로바 소장은 “서방국가의 무기 지원이 효과를 내고 있다”며 “이 무기들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쟁이 발발한 뒤 크림반도는 러시아군의 병참기지 역할을 했다. 러시아군은 크림반도에서 흑해함대를 운용하며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남부 전선 군수품을 조달하기도 했다. 서쪽 오데사항과 몰도바로 진출할 수 있는 전초기지이기도 했다.

크림반도는 러시아에 각별한 지역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하며 “러시아에 성지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영토는 강력한 국가가 통제권을 가져야 하는데, 사실상 러시아만 할 수 있다”며 “(크림반도는) 역사적으로 러시아 영토였으며 영원히 러시아의 국토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