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모 학대로 정신적 문제"…17명 살해 美 총격범 측 호소

2018년 미국 플로리다의 고등학교에서 총기 난사로 17명을 살해한 총격범이 뱃속부터 시작된 생모의 학대로 정신 문제를 겪었기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총격범의 변호인이 법정에서 "의뢰인은 모든 혐의를 인정하지만, 사형 선고만은 말아 달라"고 호소하며 이 같은 변론을 펼쳤다고 보도했다.이날 플로리다 포트 로더데일의 법정에서는 플로리다 파크랜드 총기난사범 니컬러스 크루즈(23)에 대한 공판이 열렸다.

크루즈는 2018년 2월14일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마조리 스톤맨 더글라스 고등학교에서 반자동 소총 150여발을 난사해 학생 14명과 교사 3명 등 17명을 살해하고, 17명에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그의 변호인은 배심원단에 크루즈가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은 비참할 정도로 불운했던 그의 생육 및 성장 환경 때문이었다고 호소했다.그의 친모는 술과 마약에 찌든 매춘부였고,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아이가 유산되게 하려고 일부러 술과 마약을 몸속에 더 들이부었다는 게 변호인 측 주장이다.

이 때문에 크루즈가 심각한 정신 문제를 앓게 됐고, 이후 성장기에도 폭력 성향을 보이며 경찰서를 들락거렸지만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의 변호인은 또 "이후 다른 가정에 입양됐지만, 양아버지가 사망하자 홀로 남은 양모는 그의 문제를 등한시했고, 학교에 가기 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지만, 생활비 지출에 부담을 느낀 양모가 그를 병원에서 빼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양모는 그에게 BB탄 총이나 공기총을 장난감으로 쥐여줬고, 18번째 생일에는 라이플을 선물했다"고 덧붙였다.

생모가 임신 중 술과 마약을 남용해 피고인의 머리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지만 이후 치료받지 못하는 등 피고인의 대량 학살 범죄는 수십 년 전에 씨앗이 뿌려진 셈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검찰 측은 배심원단에 끔찍한 범행 직후 장면과 크루즈가 범행 후 근처 가게에 들러 태연히 음료수를 시키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보여줬다.이어 "그는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범행을 준비했다며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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