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크림반도 탈환할 것" 공식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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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앞세워 러 해군사령부 공습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14년 러시아에 빼앗긴 크림반도를 탈환할 것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군의 무인기 공격으로 크림반도가 수복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흑해함대 운신 폭 좁아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 크림반도 반환을 논의하는 크림플랫폼 개회사에서 “모든 것은 크림반도에서 시작됐고 크림반도에서 끝날 것”이라며 크림반도 탈환 의지를 드러냈다. 크림플랫폼은 우크라이나가 주도한 정상급 국제회의로 크림반도 반환과 관련한 국제적 지지 확보가 목적이다.러시아가 8년 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는 흑해의 전략적 요충지다. 국제법상으로는 우크라이나의 영토로 남아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크림반도 탈환은 반전운동의 측면에서도 가장 큰 조치가 될 것”이라며 “크림반도를 러시아의 점령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이것이 세계 법과 질서를 부활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전쟁이 발발한 뒤 크림반도는 러시아군의 병참기지 역할을 했다. 러시아군은 크림반도에서 흑해함대를 운용하며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남부 전선 군수품을 조달하기도 했다. 서쪽 오데사항과 몰도바로 진출할 수 있는 전초기지이기도 하다.
크림반도는 러시아에 각별한 지역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14년 크림반도를 병합하며 “러시아에 성지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포기할 것이라는 징후는 없다고 전했다.지난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군의 무인기 공격으로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크림반도가 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군의 취약점을 공략하고 있어서다. 크림반도 내 방공망이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러시아군의 흑해 제해권도 위태롭다는 설명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달 들어 크림반도의 러시아 군사시설을 연달아 공습했다. 19일부터 이틀간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 있는 러시아 해군사령부가 드론 공격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에는 크림반도 사키공군기지에서 폭발이 일어나 러시아군 전투기 8대가 손실됐다.
미국 안보 싱크탱크인 메디슨폴리시포럼의 존 스펜서 국방연구소장은 “(우크라이나군이) 사키공군기지와 세바스토폴을 계속 공격한다면 전세가 뒤집혔다고 볼 수 있다”며 “공습으로 인해 러시아군은 보급과 지휘 능력을 상실하고 흑해함대 운용 범위도 축소될 것”이라고 했다.러시아는 전력 약화를 부정했다. 사키공군기지가 공격받았을 때 러시아군은 폭발이 일어난 건 단순 사고라고 해명했다. 이런 우크라이나군의 전술이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벨리나 차카로바 오스트리아 유럽안보정책연구소장은 “지금 당장 우크라이나군이 대대적인 반격을 할 순 없지만, 공습을 통해 러시아군 전력을 갉아먹는 동시에 사기도 떨어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