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떠난 선배 새긴 아이스하키 남희두 "우리 형 기억해주길"

안양 한라 전 주장 조민호, 지난 6월 투병 끝에 35세로 별세
"같이 뛴다고 생각하고 경기…항상 생각은 날 거 같아"
안양 실내빙상장 입구를 들어가면 한국 아이스하키의 대들보인 안양 한라가 그동안 수없이 따낸 트로피가 화려하게 전시돼 있다. 그리고 트로피 장 한가운데에는 지난 6월 3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안양 한라 전 주장 조민호의 유니폼과 국화 한 송이가 놓여 있다.

조민호가 떠난 지 두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안양 한라 선수단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안양실내빙상장에서 만난 안양 한라 디펜스인 남희두(25)는 2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 (조)민호 형을 잊지 않도록 더 많이 이야기해달라"고 말했다. 조민호는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공격수였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체코와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선제골을 터트려 한국 아이스하키 역사상 올림픽 본선 첫 번째 골을 기록했다.

안양 한라에 2009년 입단해 팀이 거둔 6번의 아시아리그 우승을 모두 함께했고, 통산 393경기 124골 324어시스트로 한국 선수 최다 어시스트까지 보유했다. 경기장 안팎에서 조민호를 많이 의지했던 남희두는 "캡틴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형이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 갑자기 없어졌다고 생각하니 되게 많이 힘들었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조민호는 떠났지만, 안양 한라의 아이스하키는 계속된다. 다음 달이면 아시아 6개 팀(안양 한라+일본 5개 팀)이 출전하는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가 2년 7개월 만에 재개한다.

남희두는 "민호 형도 우리가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알 거로 생각한다.

항상 그리워할 것이고, 같이 뛴다고 생각하고 경기할 것"이라고 했다.

연세대 졸업을 앞둔 2019-2020시즌 도중 안양 한라에 입단한 남희두는 어느덧 4년 차 선수가 됐다.

아시아리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두 시즌 동안 열리지 못했기에 남희두도 아시아리그를 처음부터 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남희두는 "처음 입단하고 아시아리그를 반시즌 뛰었다.

거기서 부족함을 느끼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두 시즌이나 아시아리그가 취소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시아리그 재개가 결정된 이후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며 다시 취소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왔지만, 다행히 대회는 다음 달 3일 정상적으로 개막한다.

남희두는 "아시아리그를 하지 못한 2년이 너무 큰 타격이었다.

어서 경기를 뛰면서 적응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안양 한라는 아시아리그를 대표하는 강호다.
통산 우승만 6번으로 출전한 모든 팀 가운데 최다다.

남희두는 "당연히 우승이 목표다.

희생정신을 살려서 팀 승리에 도움을 주고 싶다.

그러려면 골도 안 먹어야 하고 디펜스로 역할도 잘해야 한다"며 웃었다.

최근 남희두는 한 예능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해 주가를 높였다.

안양 한라 관계자가 "생전 아이스하키에 관심 없던 사람들이 남희두 덕분에 아이스하키에 관심을 보인다"고 할 정도다.

남희두는 "많이 알아봐 주시고, 그걸로 아이스하키를 더 알고 싶어 하는 분들이 늘었다"면서 "촬영할 때도 아이스하키 대표팀과 안양 한라 소속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행동 하나하나 다 신경 썼다"고 했다. 이어 "방송은 정신적으로 힘들고, 하키는 정신과 육체 모두 힘드니 아무래도 방송보다는 하키가 어려운 것 같다"며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