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전염병 시대, 지리적 분석으로 해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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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불평등' 핵심어로 세계보건 살핀 '전염병의 지리학'
콜레라, 장티푸스, 결핵, 말라리아, 에볼라바이러스, 에이즈,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은 예측 불허의 순간에 지구촌을 습격한 뒤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전에는 풍토병에 그쳤던 질병이 촘촘해진 세계화의 그물망을 통해 순식간에 번져나간다.
지구 어딘가의 낯선 질병이 내 앞마당의 질병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상하수도 시설과 쓰레기 처리 시설이 미비하던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문명이 고도화해감에도 전염병은 왜 계속 새롭게 나타나는 걸까? 과학과 기술이 빠르게 발달해왔지만 병의 종식은 왜 어려울까? 우리는 언제쯤 전염병이 뒤흔든 삶을 회복할 진전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까? 인하대 사회교육과 박선미 교수는 전염병이 발생하는 이유를 환경과 개인위생 문제에서, 해결 방법을 과학과 기술에 기대어 찾아온 지금까지 관점으로는 뒷북을 칠 수밖에 없다고 설파한다.
신간 '전염병의 지리학'은 전염병을 제대로 이해하고 극복하기 위해 기존 방식을 뛰어넘는 해답을 새롭게 제시한다. 개개인의 삶을 가로지르는 지리적 연결망과 건강 불평등 지도에 주목하는 게 핵심이다.
저자에 따르면, 지리적 연결망을 중심으로 전염병을 살필 때 병의 경로가 보인다.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로 퍼져나가는지, 왜 지역마다 피해 규모가 달라지는지, 같은 지역에서 확산되더라도 왜 어떤 이에게는 비교적 가볍게 지나가고 또 어떤 이에게는 치명적인지를 추적하면 '질병이 지역 내에서 행위자들 사이의 권력관계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려주는 지표'라는 사실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확인했듯이 전염병은 사회의 가장 약한 곳을 무너뜨리며 시작된다.
고령자, 어린이, 열악한 주거 환경의 사람들 등이 가장 먼저 위험에 노출돼 타격을 입었다.
피해 정도는 국가 단위로도 차이를 보였다.
부유한 국가가 인구의 2~3배에 이르는 백신을 쌓아놓는 동안 가난한 국가는 극심한 유행을 겪어야 했다.
지난 3년 동안 체감한 바처럼 전염병은 의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퍼지지만 개인이 누리는 안전망과 삶의 기회에 따라 피해 정도는 균등하지 않다.
이처럼 전염병이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현상은 늘상 있어왔다.
부유한 국가에선 이미 사라지거나 대수롭지 않은 질병이 된 말라리아가 빈곤한 지역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다.
공기 좋은 곳에서 햇빛을 충분히 쐬며 쉬는 게 치료 과정으로 권장되던 결핵은 한때 부유한 이들에게만 회복의 기회가 주어지는 계급적 질병이었다.
새롭게 주목해야 할 사실은 지구적 이동과 접촉이 전에 없이 잦아진 지금, 전염병이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건강 불평등이 전염병에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는 것. 저자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백신이 빠르게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평등하게 안전할 수 없다면 결국 아무도 안전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건강 불평등이 세계 보건의 중요한 열쇠로 고려돼야 한다고 역설하는 이 책은 질병의 불균등한 지리적 분포는 물론 질병 이면의 권력관계와 체제, 지역이 가져다주는 삶의 기회와 그 기회에 영향을 미치는 시장, 제도, 정치 규범, 문화 자산을 포괄적으로 다룬다.
"지역은 전염병이 발생하고 전파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재생산되고 가공되고 상상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지역이라는 장소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전염병의 복잡한 동학을 이해하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전염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찾아내는 것만큼 중요하다.
우리의 정치적, 경제적, 지적 욕망 혹은 헛된 신념이나 선입견이 전염병과 그로 인한 위기를 증폭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책은 '제국주의와 함께 온 콜레라, 콜레라가 만든 근대 도시', '장티푸스보다 빠르게 번지는 혐오', '전 지구적 질병에서 열대 풍토병으로 변한 말라리아', '에볼라 비상 버튼을 누른 세계', '코로나19, 실패한 시장 그리고 소환된 국가' 등 모두 10장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갈라파고스. 372쪽. 1만8천원. /연합뉴스
콜레라, 장티푸스, 결핵, 말라리아, 에볼라바이러스, 에이즈,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은 예측 불허의 순간에 지구촌을 습격한 뒤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전에는 풍토병에 그쳤던 질병이 촘촘해진 세계화의 그물망을 통해 순식간에 번져나간다.
지구 어딘가의 낯선 질병이 내 앞마당의 질병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상하수도 시설과 쓰레기 처리 시설이 미비하던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문명이 고도화해감에도 전염병은 왜 계속 새롭게 나타나는 걸까? 과학과 기술이 빠르게 발달해왔지만 병의 종식은 왜 어려울까? 우리는 언제쯤 전염병이 뒤흔든 삶을 회복할 진전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까? 인하대 사회교육과 박선미 교수는 전염병이 발생하는 이유를 환경과 개인위생 문제에서, 해결 방법을 과학과 기술에 기대어 찾아온 지금까지 관점으로는 뒷북을 칠 수밖에 없다고 설파한다.
신간 '전염병의 지리학'은 전염병을 제대로 이해하고 극복하기 위해 기존 방식을 뛰어넘는 해답을 새롭게 제시한다. 개개인의 삶을 가로지르는 지리적 연결망과 건강 불평등 지도에 주목하는 게 핵심이다.
저자에 따르면, 지리적 연결망을 중심으로 전염병을 살필 때 병의 경로가 보인다.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로 퍼져나가는지, 왜 지역마다 피해 규모가 달라지는지, 같은 지역에서 확산되더라도 왜 어떤 이에게는 비교적 가볍게 지나가고 또 어떤 이에게는 치명적인지를 추적하면 '질병이 지역 내에서 행위자들 사이의 권력관계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려주는 지표'라는 사실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확인했듯이 전염병은 사회의 가장 약한 곳을 무너뜨리며 시작된다.
고령자, 어린이, 열악한 주거 환경의 사람들 등이 가장 먼저 위험에 노출돼 타격을 입었다.
피해 정도는 국가 단위로도 차이를 보였다.
부유한 국가가 인구의 2~3배에 이르는 백신을 쌓아놓는 동안 가난한 국가는 극심한 유행을 겪어야 했다.
지난 3년 동안 체감한 바처럼 전염병은 의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퍼지지만 개인이 누리는 안전망과 삶의 기회에 따라 피해 정도는 균등하지 않다.
이처럼 전염병이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현상은 늘상 있어왔다.
부유한 국가에선 이미 사라지거나 대수롭지 않은 질병이 된 말라리아가 빈곤한 지역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다.
공기 좋은 곳에서 햇빛을 충분히 쐬며 쉬는 게 치료 과정으로 권장되던 결핵은 한때 부유한 이들에게만 회복의 기회가 주어지는 계급적 질병이었다.
새롭게 주목해야 할 사실은 지구적 이동과 접촉이 전에 없이 잦아진 지금, 전염병이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건강 불평등이 전염병에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는 것. 저자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백신이 빠르게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평등하게 안전할 수 없다면 결국 아무도 안전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건강 불평등이 세계 보건의 중요한 열쇠로 고려돼야 한다고 역설하는 이 책은 질병의 불균등한 지리적 분포는 물론 질병 이면의 권력관계와 체제, 지역이 가져다주는 삶의 기회와 그 기회에 영향을 미치는 시장, 제도, 정치 규범, 문화 자산을 포괄적으로 다룬다.
"지역은 전염병이 발생하고 전파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재생산되고 가공되고 상상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지역이라는 장소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전염병의 복잡한 동학을 이해하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전염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찾아내는 것만큼 중요하다.
우리의 정치적, 경제적, 지적 욕망 혹은 헛된 신념이나 선입견이 전염병과 그로 인한 위기를 증폭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책은 '제국주의와 함께 온 콜레라, 콜레라가 만든 근대 도시', '장티푸스보다 빠르게 번지는 혐오', '전 지구적 질병에서 열대 풍토병으로 변한 말라리아', '에볼라 비상 버튼을 누른 세계', '코로나19, 실패한 시장 그리고 소환된 국가' 등 모두 10장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갈라파고스. 372쪽. 1만8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