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독립기념일·개전 6개월…러 '보복 대공세' 시작되나

차량 폭사 뒤 러 내부압력 상승…명분 위한 자작극설도
우크라 피습 대비태세…젤렌스키 "공격시 강력 반격"

우크라이나의 독립기념일이자 전쟁 발발 6개월이 되는 24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대공세'를 시작한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긴장이 커지고 있다.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전황이 교착되는 국면 속에서 최근 민감한 사건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달 9일과 16일, 18일 등 이달들어 세 차례 크림반도 군시설에서 의문의 폭발이 발생했다.

크림반도는 '푸틴의 성지'로 불릴 만큼 상징성이 있는 데다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의 전진 기지로 사용되는 요충지다. 20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상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진 극우 정치철학자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이 차량 폭발로 숨졌다.

러시아가 이들 사건의 우크라이나를 지목하면서 '보복'을 명분으로 대규모 공격을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끓어오르는 러 내부…'우크라에 보복' 강령론
최근 러시아 내부에서는 더 호전적인 자세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파 민족주의 이론가를 겨냥한 본토 폭탄공격 논란, 크림반도에 대한 기습 등이 그런 기류를 불렀다.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 숨진 차량 폭발이 일어난 지 이틀만에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은 우크라이나 공작원의 실명을 공개하며 '범인'을 특정했다.

러시아 관영 언론과 강경파는 즉각 보복을 촉구했다. 거기에 맞춰 푸틴 대통령은 "비열하고 잔혹한 범죄로 러시아인의 마음을 지닌 두기나가 숨졌다"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도 "야만적 범죄"라며 "배후에 자비가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압도적인 전력차로 속전속결이 될 것으로 봤던 전쟁이 반년이 되도록 끝나지 않으면서 더 강한 공격으로 승전을 앞당겨야 한다는 압박도 러시아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 우크라, 관련성 부인…공격 명분 쌓으려는 러 '자작극' 의심까지
우크라이나는 두기나의 폭사 사건이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보고 강하게 부인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두기나는 우리 영토에 있지 않았다"며 "우리 국민도 아닌 그 사람한테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서방도 이번 사건이 내부 압력을 끌어올리고 외부에 공격 명분을 만드려는 '가짜깃발 작전'일 수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푸틴 정권은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림반도 흑해함대 기지가 최근 거듭 기습을 받자 사령관을 바꾸고 전환점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가 소련에서 독립한 지 31년째인 24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지 6개월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가 옛 영토라는 러시아의 인식, 이를 실현하려는 '특별군사작전'(침공)의 상징성 때문에도 대규모 공격설이 힘을 받는다.

안드리 유소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 대변인은 "러시아는 날짜나 상징에 집착한다"며 "미사일 공격 등 도발 위협이 커졌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격을 받으면 강력하게 반격하겠다고 맞섰다.

미국은 23일 자국민에 출국 권고를 내렸지만 공관의 대응에는 일단 변동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수도 키이우에서 사람이 모이는 독립기념일 행사를 금지했다.

제2 도시 하르키우에서는 23∼25일 야간 통행금지를 연장 운영하기로 했다. 남부 미콜라이우 역시 23, 24일 이틀간 재택근무 명령을 내리고 대규모 모임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