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휘발유 가격도 70일 연속 떨어졌다

허리케인 닥치면 다시 오를 수도
사우디 감산 여부가 최대 변수
미국 휘발유 가격이 70일째 떨어지고 있다. 최근 17년간 두 번째로 긴 하락세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수요가 줄어든 데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전략비축유를 방출하며 공급이 늘었다. 다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변수다. 국제 유가가 언제든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23일(현지시간)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89달러로 전일(3.90달러)보다 0.1달러 떨어졌다. 한 달 전(4.38달러)보다는 0.49달러 하락했다.미 휘발유 가격은 지난 6월 14일 갤런당 5.02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선을 넘을 때였다. 그러나 이후 가격이 꺾이면서 70일 연속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23일 기준 휘발유 가격은 고점 대비 22.5% 떨어졌다.

미 투자회사 비스포크인베스트먼트그룹에 따르면 이번처럼 긴 휘발유 하락 기간은 2005년 이후 단 한 번 있었다. 당시 휘발유 가격 하락세는 2014년 하반기에 시작돼 117일 동안 지속되다가 2015년 1월 끝이 났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미국이 생산한 셰일오일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국제 유가가 폭락하던 시기였다. 비스포크인베스트먼트그룹은 “이달 들어 휘발유 가격 하락률은 기록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수요와 공급 모두 가격 하락을 이끌었다. CNN은 “‘갤런당 5달러’라는 유례없는 가격은 많은 운전자에게 충격을 줬다”며 “시민들이 자동차 운전을 줄이면서 휘발유 수요가 줄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하락한 영향도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전략비축유를 풀면서 휘발유 가격을 떨어뜨렸다.그러나 국제 유가가 오르면 미국 휘발유 가격도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전날 압둘아지즈 빈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최근 원유 선물 가격이 공급과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의 변동성이 극심해지고 유동성이 축소되면 OPEC+는 감산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가 감산에 나서면 공급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날씨도 변수다. AAA는 “허리케인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며 “허리케인은 멕시코만의 석유 생산을 방해하고 해안 정유시설에 타격을 줘 휘발유 가격을 움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