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건축] 혁신적인 나무 구조물…스페인 '메트로폴 파라솔'

경제와 문화를 잇는 한경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대표 도시 세비야. 콜럼버스가 신대륙으로 향하는 배에 올라탄 곳이자 대항해 시대의 거대 무역항이었던 도시엔 역사적 건축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세비야 대성당, 스페인 광장, 이슬람 양식의 알카사르 궁전까지 중세의 명소들로 가득하다.

강렬한 지중해의 태양이 내리쬐는 세비야에 2011년 거대한 나무 그늘이 생겼다. 엔카르나시온 광장에 건설된 ‘메트로폴 파라솔(Metropol Parasol)’이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혁신적인 나무 구조물로 꼽힌다. 완공 직후 도시의 랜드마크로 떠오르며 ‘안달루시아의 버섯’이란 별명도 얻었다.하늘에서 보면 우주 비행물체가 뚝 떨어진 것 같은 이 건물은 독일 건축가 위르겐 마이어의 아이디어다. 13세기에 지어진 부르고스 대성당 광장의 나무와 성당의 디자인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높이 70m, 길이 150m, 연면적 1만8000㎡에 이르는 메트로폴 파라솔은 4개 층으로 이뤄졌다. 지하엔 고대 로마와 안달루시아 시대 유적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있다. 1층 시장을 지나 3층 전망대에 오르면 생명체처럼 춤추는 지붕을 만날 수 있다. 시야가 전후좌우 360도로 트여 세비야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 건축물의 백미는 광장이다. 낮에는 사람들이 태양을 피하는 그늘로, 저녁에는 공연장으로 쓰인다. 한때 폐허였던 이곳은 파라솔 하나로 21세기의 가장 떠들썩한 시장이자 광장으로 거듭났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