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핵심기술, 71개 중 33개 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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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기술유출 피해 총 22兆OHT(천장대차장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장의 핵심 설비다. 웨이퍼 등 정밀도가 중요한 소형 물체를 집어 올려 공장 천장에 구축된 레일을 따라 이송시키는 역할을 한다. 매출 1조5500억원 규모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 A사로부터 OHT 설계도면 등 기술 자료를 빼돌린 뒤, 일본을 통해 중국으로 유출을 시도한 A사 임원과 브로커 등 일당 7명이 최근 특허청과 국가정보원, 대전지방검찰청 합동수사로 적발됐다. 반도체 장비업계에서는 해당 기술이 빠져나갔을 경우 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한 금액을 포함해 1150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 한국의 지식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관계부처가 합동 대응에 나섰다.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지재위)는 특허청, 국정원, 경찰청, 산업통상자원부 등 10개 부처 합동 ‘지식재산 보호정책 협의회’를 서울 내곡동 국정원에서 24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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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 보호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특허청은 2019년 3월 특허·영업비밀 유출 수사를 전담하는 기술특별사법경찰을 출범했다. 작년까지 3년간 476건의 사건을 맡아 888명을 형사 입건했다. 최근에는 특허·영업비밀 외에 다양한 산업기술 유출 사건도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에는 특허 유출 사건 수사 중 해당 기술이 산업기술에 해당하면 검·경으로 사건을 이첩해야 했다.지재위 관계자는 “반도체, 2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첨단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연구개발 과정에서부터 지식재산의 탈취·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