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첸 "오늘날 관객은 정답 대신 연주자의 개성 원하죠"

선우예권과 31일 예술의전당서 듀오 리사이틀…"한국 관객 열정, 큰 영감 줘"
"그동안 클래식 음악은 예술가의 정제된 이미지만을 강조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세대는 정해진 답보다 '왜'에 더 관심이 있어요.

음악가의 의도와 내면을 더 알고 싶어하는 지금의 관객에게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은 대중 음악가보다도 클래식 음악가에게 오히려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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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를 가리지 않는 음악적 시도와 관객과의 활발한 소통으로 '21세기형 클래식 음악가'로 불리는 대만의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이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함께 3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 레이 첸은 공연에 앞서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관객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열정적인 서포터들"이라며 "코로나19 유행 이후 만나지 못했던 한국 관객과 다시 만나기를 진심으로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2005년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서 함께 공부한 입학 동기이자 동갑내기 친구로 알려진 레이 첸과 선우예권의 첫 공식 협주 무대다.

유학 시절 한국인 친구들이 나눠준 갈비와 밥을 먹으며 한국 음식을 사랑하게 됐다는 레이 첸은 선우예권과 오래전부터 음악적 영감을 주고받은 각별한 사이라고 한다. "음악원 시절 오디션에서 어떤 곡을 연주하면 좋을지 함께 고민하곤 했죠. 이제 시간이 많이 흘러 둘 다 각자의 커리어와 더 발전한 음악을 가지고 다시 연주를 같이한다고 생각하니, 새삼 기쁩니다.

1 더하기 1이 2가 아닌, 그 이상의 시너지를 내는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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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과 풀랑크·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한다. 레이 첸은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에 대해 "선우예권과 내가 각자 가진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곡으로 선곡했다"며 "모두 강렬한 이미지와 음악을 통한 스토리텔링을 경험할 수 있는 극적인 곡들로, 관객이 상상의 나래를 열고 곡의 여정에 함께할 수 있는 작품들"이라고 소개했다.
1989년생인 레이 첸은 2008년 예후디 매뉴인 콩쿠르와 2009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주목받은 실력파 바이올리니스트다.

정통 클래식을 전공했지만 기존의 클래식 음악가들이 잘 시도하지 않았던 유튜브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쾌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초기에는 사람들이 나의 이런 행보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레이 첸은 "세상은 더 자기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제 많은 이들이 그 의미와 의도를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음악인을 위한 앱 '토닉'을 만들며 사업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레이 첸은 팬데믹 기간동안 음악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일의 소중함을 절감했다고 한다.

"팬데믹 기간 동안 갑자기 고립된 건 저 혼자만이 아니었어요.

모두가 모여 함께 연습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앱을 통해 누군가와 음악에 대한 감상을 나누고 함께 연습하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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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첸은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대중과 소통하는 행보에 한국 관객에게서 느낀 열정이 큰 영향을 미쳤다며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2010년 4월 열었던 내한 공연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한국 관객들은 제가 마치 록스타가 된 것처럼 느끼게 해줬어요.

그 후로 제가 해 온 여러 사회적 활동과 SNS를 통한 소통의 노력이 모두 그날의 공연과 환호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