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논란' 태국 쁘라윳 총리, 헌재 결정까지 직무정지(종합2보)

헌재, 야권 "헌법상 임기 8년…종료일 판단해달라" 청원 받아들여
정부 "총리, 법원 존중…국방장관직은 계속"…판결 다음달 나올듯
태국 헌법재판소가 24일 쁘라윳 짠오차 총리의 직무 정지를 결정했다. 총리의 임기 종료 시점 논란에 대한 판단을 구하며 결론이 나올 때까지 직무를 정지해달라는 야권의 청원을 받아들였다.

이날 방콕포스트와 타이PBS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태국 헌재는 표결을 거쳐 야권의 청원을 모두 수용했다.

재판부는 총리 임기에 대해 헌재가 판단을 내리는 데 만장일치로 동의했고, 총리 직무 정지는 5대4로 가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정치권에서는 쁘라윳 총리의 임기 종료 시점을 놓고 논란이 일어왔다.

쁘라윳 총리는 육군참모총장이던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 정권을 몰아내고 총리직에 올랐고, 이후 2019년 총선을 통해 집권을 연장했다.

군정이 2017년 개정한 헌법에 따르면 총리 임기는 최장 8년이다. 헌법에는 '총리는 연임 여부와 무관하게 8년 이상 재임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

야권에서는 2014년 쿠데타로 총리 자리에 오른 시점부터 계산하면 8월 24일 임기가 끝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에 여권은 2017년 개헌 이후 새 헌법 체제하에 2019년 3월 총선을 거쳐 같은 해 6월 총리로 임명됐으므로 아직 총리 임기가 3년여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이 해석대로면 2027년까지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다.

새 헌법이 공포된 2017년 4월부터 따져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논란이 계속된 가운데 야권에서는 헌법재판소에 정식으로 해석을 요청했다.

야당 의원 171명이 서명한 청원서는 이달 중순 하원 의장에게 제출됐으며, 검토를 거쳐 22일 헌재에 접수됐다.

헌재는 언제 판결을 내릴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최종 결정까지 약 한 달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누차 부라빠차리스리 정부 대변인은 "쁘라윳 총리는 헌재 결정을 존중하며 오늘부터 총리직 수행을 중지할 것"이라며 "국방부 장관직은 계속 수행한다"고 밝혔다.

쁘라윳 총리는 지지자들에게 헌재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면서 국가의 평화를 위해 모두가 사법부를 신뢰해야 한다고 대변인을 통해 전했다.

총리 대행은 쁘라윳 총리의 군 선배이자 연립정부를 이끄는 팔랑쁘라차랏당 대표인 쁘라윗 웡수완 부총리가 맡게 된다.

제1야당인 푸어타이당의 촌라난 스리깨우 대표는 "헌재가 청원을 받아들임으로써 그동안 잃었던 신뢰를 회복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쁘라윳 총리는 2020년에도 위기가 있었으나 헌재는 그의 손을 들어줬다.

야당은 쁘라윳 총리가 전역 후에도 군 관사를 사용한 것이 헌법을 어겼다며 제소했으나 헌재는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야권이 2019년 이후 네 차례 의회에 불신임안을 제출했으나 모두 부결돼 살아남은 쁘라윳 총리는 또 한 번의 큰 위기를 맞았다.

헌재 결정에 따라 쁘라윳 총리의 임기가 완전히 끝날 수도 있어 내년 3월로 예정된 총선까지 태국 정치판은 계속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헌재 결정을 앞두고 쁘라윳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날 쁘라윳 총리는 시위대를 피해 방콕 시내 제1보병연대 부지 안에 있는 관사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도 우호적인 기류는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쁘라윳 총리가 8년 이상 총리직을 수행하지 말고 물러나야 한다는 답변이 우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