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박셀바이오가 VAX-DC 개발 중단하게 된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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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셀바이오는 24일 공시를 통해 자가 수지상세포 요법 'VAX-DC'의 다발골수종 대상 임상 중단과 연구개발 종료를 발표했다.
박셀바이오의 주력 후보물질은 자연살해(NK) 세포치료제인 VAX-NK이며, 공시에서 언급한 VAX-DC는 주요 후보물질은 아니다. 박셀바이오는 현재 기준 연구개발의 타당성과 투자대비 사업성이 부족하다 판단해 연구개발을 조기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박셀바이오의 항암 프로그램은 VAX-NK와 VAX-DC 외 비임상 단계에 있는 CAR-T(키메릭 항원수용체 T세포) 치료제 후보물질 2개를 더해 총 4개다. 4개 프로그램 중 1개가 종료됐다고 보면 된다.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경쟁력을 잃은 후보물질은 과감히 버리고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게 낫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박셀바이오가 이날 공시 및 홈페이지 주주통신문을 통해 공개한 일부 임상 결과로 미뤄볼 때 VAX-DC의 경쟁력이 이미 승인된 치료법 대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박셀바이오는 주주통신문을 통해 VAX-DC가 임상적 이득률(CBR) 66.7%, 면역학적 반응률 77.8%의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자평했다. 공시에서는 임상적 이득률은 빼고 면역학적 반응률만 공개했다.
면역학적 반응률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생소하다는 반응이었다. 항암제 임상의 평가지표로는 보기 어렵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항암제의 평가지표로는 무진행생존율(PFS)이나 객관적반응률(ORR), 전체 생존기간(OS) 등을 주로 평가한다. 박셀바이오는 VAX-DC를 투여했을 때 T세포가 반응해 증가된 환자의 비율로 이 용어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 정보만으론 VAX-DC가 얼마나 다발골수종에 효과적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 복수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VAX-DC의 제한된 효능은 주주통신문을 통해서만 공개한 임상적 이득률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임상적 이득율은 질병통제율(DCR)과 같은 말이다. 질병통제율은 약이 효능을 발휘해 종양 크기가 줄어든 비율, 즉 객관적반응률(ORR)에 종양이 더 커지지 않는 안정병변비율(SD)을 더한 값이다. 객관적반응률에 안정병변비율을 더한 VAX-DC의 질병통제율이 66.7%란 얘기다.
공시를 보면 박셀바이오는 VAX-DC의 효능을 승인된 치료요법인 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병용요법과 비교하고자 했다. 이 병용요법은 2006년 처음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병용요법의 효능 평가 및 비교를 위해(박셀바이오와 관계없다)이탈리아 연구팀이 최근 진행한 임상 3상(POLLUX) 결과를 보면 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병용요법의 객관적반응률은 76.4%였다. 안전병변을 더하지 않고도 VAX-DC 보다 더 우수한 효능을 보였다. 같은 임상에서 다라투무맙(얀센)과 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3중 요법의 경우엔 객관적반응률이 92.9%까지 치솟는다. 이 3중 요법은 2019년 FDA의 승인을 받았다. 환자의 피를 채취해 면역세포를 배양한 뒤 투약하는 복잡한 과정(VAX-DC는 자가세포치료제다)을 거치지 않고도 항체치료제와 저분자화합물·스테로이드 약물을 병용하는 것으로 더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주주통신문에서 박셀바이오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다발골수종을 포함한 혈액암 관련 치료제 시장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며 달라진 시장 상황을 인지했음을 밝혔다. '꿈의 항암제'로 통하는 CAR-T(키메릭항원수용체) 치료제 아베크마(BMS)와 카빅티(얀센) 또한 다발골수종 치료의 5차 요법으로 FDA 승인을 받았다.
박셀바이오의 VAX-DC 임상은 2014년부터 진행된 임상이다. 임상 1·2상을 15명 환자 대상으로 진행한 뒤 유효성 평가를 다시 하기 위해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2a상 승인을 새로 받았다. 하지만 이후 임상은 진행되지 않았다. 임상 기간이 8년 가까이 늘어지는 동안 다발골수종 치료를 위한 다양한 치료요법이 시중에 나온 셈이다. 1차부터 5차 요법까지 다발골수종 치료제 시장이 포화됐다.
박셀바이오가 VAX-DC의 연구를 중단한 데는 수지상세포 기반 세포치료제 연구개발의 인기가 세계적으로 시들해진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VAX-DC는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항암백신’으로 볼 수 있다. 대표에서 최고과학책임자(CSO)로 자리를 옮긴 이준행 CSO의 전문분야가 바로 수지상세포다. 항암백신의 주요 모달리티는 수지상세포에서 펩타이드나 메신저RNA 등으로 관심이 옮겨간 상태다.박셀바이오는 골수침윤림프구(MIL) 치료 요법에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 기술을 접목한 'CAR-MIL' 치료제로 VAX-DC를 대체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셀바이오는 화순전남대 암면역치료연구센터와 공동으로 MIL 치료요법을 연구하고 있다. 박셀바이오는 "기존 VAX-DC를 대체하는 강력한 신규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박셀바이오의 주력 후보물질은 자연살해(NK) 세포치료제인 VAX-NK이며, 공시에서 언급한 VAX-DC는 주요 후보물질은 아니다. 박셀바이오는 현재 기준 연구개발의 타당성과 투자대비 사업성이 부족하다 판단해 연구개발을 조기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박셀바이오의 항암 프로그램은 VAX-NK와 VAX-DC 외 비임상 단계에 있는 CAR-T(키메릭 항원수용체 T세포) 치료제 후보물질 2개를 더해 총 4개다. 4개 프로그램 중 1개가 종료됐다고 보면 된다.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경쟁력을 잃은 후보물질은 과감히 버리고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게 낫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박셀바이오가 이날 공시 및 홈페이지 주주통신문을 통해 공개한 일부 임상 결과로 미뤄볼 때 VAX-DC의 경쟁력이 이미 승인된 치료법 대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박셀바이오는 주주통신문을 통해 VAX-DC가 임상적 이득률(CBR) 66.7%, 면역학적 반응률 77.8%의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자평했다. 공시에서는 임상적 이득률은 빼고 면역학적 반응률만 공개했다.
면역학적 반응률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생소하다는 반응이었다. 항암제 임상의 평가지표로는 보기 어렵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항암제의 평가지표로는 무진행생존율(PFS)이나 객관적반응률(ORR), 전체 생존기간(OS) 등을 주로 평가한다. 박셀바이오는 VAX-DC를 투여했을 때 T세포가 반응해 증가된 환자의 비율로 이 용어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 정보만으론 VAX-DC가 얼마나 다발골수종에 효과적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 복수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VAX-DC의 제한된 효능은 주주통신문을 통해서만 공개한 임상적 이득률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임상적 이득율은 질병통제율(DCR)과 같은 말이다. 질병통제율은 약이 효능을 발휘해 종양 크기가 줄어든 비율, 즉 객관적반응률(ORR)에 종양이 더 커지지 않는 안정병변비율(SD)을 더한 값이다. 객관적반응률에 안정병변비율을 더한 VAX-DC의 질병통제율이 66.7%란 얘기다.
공시를 보면 박셀바이오는 VAX-DC의 효능을 승인된 치료요법인 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병용요법과 비교하고자 했다. 이 병용요법은 2006년 처음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병용요법의 효능 평가 및 비교를 위해(박셀바이오와 관계없다)이탈리아 연구팀이 최근 진행한 임상 3상(POLLUX) 결과를 보면 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병용요법의 객관적반응률은 76.4%였다. 안전병변을 더하지 않고도 VAX-DC 보다 더 우수한 효능을 보였다. 같은 임상에서 다라투무맙(얀센)과 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3중 요법의 경우엔 객관적반응률이 92.9%까지 치솟는다. 이 3중 요법은 2019년 FDA의 승인을 받았다. 환자의 피를 채취해 면역세포를 배양한 뒤 투약하는 복잡한 과정(VAX-DC는 자가세포치료제다)을 거치지 않고도 항체치료제와 저분자화합물·스테로이드 약물을 병용하는 것으로 더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주주통신문에서 박셀바이오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다발골수종을 포함한 혈액암 관련 치료제 시장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며 달라진 시장 상황을 인지했음을 밝혔다. '꿈의 항암제'로 통하는 CAR-T(키메릭항원수용체) 치료제 아베크마(BMS)와 카빅티(얀센) 또한 다발골수종 치료의 5차 요법으로 FDA 승인을 받았다.
박셀바이오의 VAX-DC 임상은 2014년부터 진행된 임상이다. 임상 1·2상을 15명 환자 대상으로 진행한 뒤 유효성 평가를 다시 하기 위해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2a상 승인을 새로 받았다. 하지만 이후 임상은 진행되지 않았다. 임상 기간이 8년 가까이 늘어지는 동안 다발골수종 치료를 위한 다양한 치료요법이 시중에 나온 셈이다. 1차부터 5차 요법까지 다발골수종 치료제 시장이 포화됐다.
박셀바이오가 VAX-DC의 연구를 중단한 데는 수지상세포 기반 세포치료제 연구개발의 인기가 세계적으로 시들해진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VAX-DC는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항암백신’으로 볼 수 있다. 대표에서 최고과학책임자(CSO)로 자리를 옮긴 이준행 CSO의 전문분야가 바로 수지상세포다. 항암백신의 주요 모달리티는 수지상세포에서 펩타이드나 메신저RNA 등으로 관심이 옮겨간 상태다.박셀바이오는 골수침윤림프구(MIL) 치료 요법에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 기술을 접목한 'CAR-MIL' 치료제로 VAX-DC를 대체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셀바이오는 화순전남대 암면역치료연구센터와 공동으로 MIL 치료요법을 연구하고 있다. 박셀바이오는 "기존 VAX-DC를 대체하는 강력한 신규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