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RM,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예술 후원자의 면모를 풍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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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와 인터뷰 "보이 밴드 슈퍼스타서"우연히 본 모네와 세루아의 그림을 잊을 수 없었다. 스탕달 증후군 같았다. 그 뒤로 본격적으로 작품들을 수집했습니다."
이제는 예술 후원자로서 새로운 역할"
시카고서 우연히 본 모네.세루아에 반해
"한국 작가들 세계에 더욱 알리고 싶어"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본명 김남준·28)이 24일 뉴욕타임즈(NYT)와의 인터뷰를 통해 예술 컬렉터로서의 면모를 공개했다. 스탕달 증후군은 뛰어난 미술품이나 예술작품을 보았을 때 순간적으로 느끼는 각종 정신적 충동이나 분열 증상을 뜻한다. 스탕달 증후군을 언급할 정도로 예술 작품에 '진심'인 모습을 NYT에 소개한 것이다. RM은 코로나19 기간이었던 2020년 초 지미 팰런의 '투나잇 쇼' 공연을 위해 맨해튼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에서 BTS 멤버들과 공연을 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다시 일반인 신분으로 그랜드 센트럴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허드슨 밸리의 미니멀리즘 예술을 보러 뉴욕 근교 미술관 '디아 비컨'(Dia Beacon)으로 향하는 기차를 탔었다"며 "그냥 평범한 그 나이 또래의 여행이었고 그것은 유토피아 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뉴욕의 현대미술관 '디아 비컨'은 RM이 지난 몇년 간 예술 컬렉션을 만들고, 예술 공연을 여는 것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여정의 '마지막 정거장'이었다. BTS의 팬덤 '아미'들은 RM이 다녀간 미술관을 찾아 투어를 하는 등 열성적이다. 갤러리 PKM의 베테랑 아트딜러 박경미는 "RM은 대중이 예술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줬다"며 "그는 미술관과 젊은층 사이의 장벽을 허물었다"고 말했다.RM은 지난 5월까지 열린 서울시립미술관 회고전에서 한국 작가 권진규의 테라코타 말 조각품을 대여했다. 2020년에는 1억원을 기부하는 등 미술 후원자 역할도 하고 있다. 절판된 미술도서를 재발행하여 도서관에 배포할 수 있도록 국립현대미술관(MMCA)에 제출했다.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그를 올해의 예술 후원자로 선정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윤범모 관장은 “글로벌 영향력이 높은 RM이 예술을 사랑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RM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조명했다. 방탄소년단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7000만명이 넘는다. RM의 인스타그램은 3700만명이 팔로워 하고 있다. 그가 지난 여름 그스위스에서 열린 아트 바젤 박람회를 방문한 영상은 6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RM은 자신이 예술적 시각을 갖춘 원인을 '우연한 만남'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이 어린시절 박물관에 데려다 주셨지만 당시에는 그다지 예술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중 그의 인생을 바꾼 일이 생겼다. RM은 "2018년 투어 중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모네와 세루아의 그림을 보고 반했다"며 "그것은 거의 스탕달 증후군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모으는 것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우표, 동전, 포켓몬카드, 희귀한 돌, 장난감 피규어 등이다. 그의 스튜디오에는 아티스트 '카우스'의 작품 부터 조지 나카시마 테이블, 윤형근의 추상화, 박수근, 장욱진, 백남준 등 20세기 한국 주요 작가들의 작품 20여점이 걸려있다.
국내 예술가 작품을 중심으로 수집하고 있다는 RM은 "내 뿌리는 한국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전쟁과 군사독재, 경제적 불안정을 겪은 세대를 중심으로 작품을 수집하고 있다"며 "그들이 한국 밖에서 너무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윤형근의 작품을 보고 위안을 얻는다고 했다. "작품들이 항상 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더 나은 어른이 되고 싶다. 가끔 피곤하거나 힘들때 작품들앞에 서서 대화를 나눈다. '저는 지금 괜찮겠죠?' 라고."
RM은 윤형근의 팬이라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4번이나 투옥된 그는 40대에 희석된 잉크와 파란색 페인트를 린넨이나 캔버스에 넓게 펴서 그린 작품을 남겼다. RM은 "서양과 동양, 아시아와 한국 스타일의 완전한 조합이다"며 극찬했다. 그는 "70년대 그의 작품을 좋아하지만, 지금은 그와 그의 세계에 너무 빠졌다"며 "더이상 객관적이지 않은 열혈 팬이다"며 웃음 지었다.
방준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