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이 된 '김건희 팬클럽'…"해체하라" 與 중진들도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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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 팬클럽, 尹대통령 일정 유출최근 김건희 여사 팬클럽을 통해 대외비인 윤석열 대통령의 지역 방문 일정이 유출된 것을 두고 국민의힘 최다선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정우택 "해체하는 게 나을 듯…위험한 일"
조경태 "심각한 문제, 법적 책임 물어야"
홍준표 "그만하시고 이젠 해산하라"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5선)은 25일 YTN과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일정은 경호상의 문제라든지 여러 가지 문제로 국가기밀사항에 속하는 것인데, 시간과 장소까지 명시해서 공개됐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정 의원은 "대통령실에서 이 문제에 대해 앞으로 철저히 조사해서 재발이 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는 했지만, 이건 당연한 일"이라며 "개인적으로 (팬클럽을) 해체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정 의원은 "물론 이게 국민들이 인터넷상에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운영되는 것인데, 저 같은 제삼자가 그것을 해산하라 마라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윤석열 정부나 김 여사를 위해 과연 이게 얼마큼의 도움이 될지 회원들이 한번 심각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경태 의원(5선)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의 외부 일정이 김 여사 팬클럽을 통해 유출된 문제는 심각한 문제"라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반드시 형법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조 의원은 "심각성은 두 가지다. 하나는 대통령의 외부 일정이 민간에게 노출됐다는 문제 자체"라며 "대통령의 외부 일정은 보안상 1급 비밀이다. 특히 남북분단 상황에서 일정이 노출된다는 것은 민간테러뿐만 아니라 군사보안의 문제로 형사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다. 거듭 강조하지만 철저한 조사를 통해 반드시 형법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그는 "내가 집고 싶은 또 하나의 문제는 대통령실 시스템의 문제다. 대통령실 보좌진들이 대통령을 보좌하는 데 있어서 아직도 아마추어리즘 수준"이라며 "물론 탁월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현재 몇번의 사례를 볼 때 보좌진 개인의 기량이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는지 염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국민들이 대통령실 보좌시스템을 아슬아슬하게 지켜보아야 하는가"라며 "이번을 계기로 정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보좌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사고는 순식간에 발생하며 그 파장은 치명적"이라고 강조했다.국민의힘 5선 중진 출신의 홍준표 대구시장도 페이스북에 "정치한 지 26년이 되고, 많은 대통령을 거쳤어도 영부인 팬클럽이 있다는 소리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얼마 전까지 이상한 사람(강신업 변호사)이 팬클럽 회장이라고 하면서 정치권에 온갖 훈수까지 하더니 이제 대통령의 동선까지 미리 공개하는 어처구니없는 짓들도 한다"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그런 카페는 윤 대통령을 국민과 멀어지게 하고 나라를 더욱 어렵게 할 뿐"이라며 "그만하시고 이젠 해산하라. 나라 운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준석 전 대표가 자신을 막시무스라고 자칭하는 것보다 더 웃기는 코미디"라고 덧붙였다.앞서 김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게시물에 이날 한 이용자가 댓글로 윤 대통령의 일정을 공개했다. 작성자는 구체적인 일정을 적시하면서 "많은 참석과 홍보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었다.통상 대통령의 외부 일정은 경호상 이유로 행사 종료 시점까지 일정 자체가 비공개로 진행된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에도 대통령 일정은 사전 공지되지만, 행사 때까지 엠바고(보도 시점 유예) 처리된다. 대외비가 '건희사랑' 이용자에게 어떤 경로로 흘러 들어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건희사랑의 보안 위반 논란은 이날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지난 5월에도 대통령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해 비판을 자초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김 여사 휴대폰으로 대통령실 직원이 사진을 촬영했고, 김 여사가 직접 팬클럽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이 "거듭 죄송하다", "긴장하면서 살피도록 하겠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운영 미숙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벌어진 것 같다"며 "지지율 저점 이후 회복하는 분위기였는데 찬물을 끼얹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