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판매 강요 못한다…쿠팡 등 플랫폼, 불공정약관 자진시정(종합)

7개 오픈마켓, 시민단체 신고로 공정위 나서자 자진 시정하기로
부당한 계약해지, 콘텐츠 저작권 침해 등 입점업체에 불리한 약관 수정
쿠팡과 네이버 등 7개 쇼핑 플랫폼이 입점업체(판매자)에 불리한 약관을 자진 시정하기로 했다. 약관이 바뀌면 플랫폼이 최저가 판매를 강요하거나 판매자가 만든 콘텐츠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없게 된다.

명확하지 않은 사유로 결제금액 지급을 보류하거나, 귀책 여부 확인 없이 소비자 신고만으로 판매를 중지시킬 수도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 11번가, 위메프, 인터파크, G마켓글로벌, 쿠팡, 티몬 등 7개 오픈마켓 사업자들이 약관규제법 위반 소지가 있는 14가지 유형의 불공정 약관에 대해 자진 시정안을 제출했다고 25일 밝혔다. 공정위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단체의 신고에 따라 이들 사업자의 판매자 이용약관을 심사해왔다.

문제가 제기된 약관을 유형별로 보면 부당한 계약해지 및 제재 조항(5개사)이 가장 많았고, 이어 의사표시 의제 조항(3개사), 판매자 저작물 권리 침해 조항(3개사), 계약 종료 후 비밀유지 조항(2개사), 플랫폼의 책임을 부당하게 면제 또는 제한하는 조항(2개사) 등의 순이었다.

플랫폼 이용료 환불 불가 및 제조물 결함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책임 조항, 판매자에 불리한 손해배상 범위 조항, 최혜 대우 조항 등을 둔 사업자도 있었다. 특히 쿠팡은 14개 불공정 약관 유형 중 11개에 해당하는 약관을 둔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은 판매자 이용약관에 '합리적인 근거 없이 다른 오픈마켓·상점에서보다 비싼 가격이나 불리한 조건으로 상품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최혜 대우 조항을 둬 사실상 최저가 판매를 요구해왔으나 이번에 삭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런 조항은 판매자의 가격 및 거래조건 결정권을 침해해 판촉 전략을 제한하고 제3자와의 계약 체결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쿠팡 등 사업자들은 계약 이행과 관련한 주요 자산에 대해 가압류·가처분 등이 이뤄진 경우에만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약관을 바꾸기로 했다.

소비자 분쟁의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명백한 환불·교환 등의 사유가 있을 때만 결제금액 지급 유예·판매 중지 등 제재를 부과한다.

판매자에게 불리하게 약관을 변경할 때는 사이트 공지 후 별도의 거부 표시가 없으면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대신 개별적으로 통지하고, 약관에 동의하면 별도의 서비스 사용도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은 삭제한다.

상품 이미지 등 판매자가 저작권을 갖는 콘텐츠는 상품정보의 효과적인 전달, 판매 촉진 등 홍보 및 유통 목적으로 '일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판매자의 저작물을 무상으로 광범위하게, 계약 종료 후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했던 조항을 바로잡는 것이다.

황윤환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심사 과정에서 약관규제법 위반 우려가 있는 조항에 대해 사업자들에게 의견 제출을 요청했고 이들 사업자가 신고된 부분을 모두 시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사업자들이 자진 시정안을 이행하지 않으면 다시 사건 조사에 착수해 시정권고, 시정명령, 형사고발 조치 등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약관 분야는 사적 자치의 원리가 강조되는 사법(私法)의 영역으로 국가기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당사자 간 자율적인 협력과 이해를 바탕으로 거래 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약관 시정은 최근 민간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분야 자율규제 취지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약관을 지속해서 점검하고, 플랫폼과 중소기업·소상공인, 플랫폼과 소비자 간 다양한 현안 해결을 위해 실효성 있는 방안이 마련되도록 민간의 자율규제 논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