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금리 경쟁' 시작됐다…KB·신한·농협 대출금리 줄하락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영향 받았나
신한은행 적극 인하…신용대출 금리 최대 0.5%p↓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뉴스1
주요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일제히 하락하고 나섰다. 금리 상승기 차주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취지라고는 하지만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영향으로 금리 경쟁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주택담보대출 혼합금리(고정금리)형 상품의 금리를 0.2%포인트(p) 낮추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4월부터 시행한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금리 한시적 인하(주택담보대출 최대 0.45%p·전세자금대출 최대 0.55%p) 조치도 계속 연장 적용하고 있는 상태다.국민은행에 이어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도 대출 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신한은행은 전날부터 직장인신용대출을 포함한 대부분의 개인 신용대출 상품 금리를 0.3∼0.5%p 내렸다.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금융채 5년물 지표금리)와 변동금리(코픽스 지표금리)도 각각 0.2p, 0.1%p 낮췄다. 주택담보대출은 변동금리(코픽스·금융채 1년 지표금리)와 고정금리 전세자금대출 모든 상품의 금리도 일괄적으로 0.2%p 인하했다.'

앞서 지난달 신한은행은 신규 취급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각 최대 0.35%p, 0.3%p 내리고, 6월 말 기준 연 5%가 넘는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는 차주의 금리를 1년간 연 5%로 일괄 인하하기도 했다. NH농협은행은 26일부터 NH새희망홀씨대출과 청년전월세대출에 최대 0.5%p, 0.3%p 우대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일제히 대출금리를 인하한 배경에 대해 은행들은 금리상승기 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과도한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앞다퉈 금리 인하 경쟁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실제 예대금리차 첫 공시에서 금리 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난 신한은행이 금리 인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다. 지난달 22일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은행별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에 따르면 7월 현재 신한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가계대출금리-저축성수신금리)는 1.62%p로 우리은행(1.4%p), NH농협은행(1.4%p), KB국민은행(1.38%p), 하나은행(1.04%p)보다 컸다.

금융위원회는 예대금리차 공시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시장 자율경쟁을 촉진해 금리운용의 투명성·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행됐다"며 "향후 이러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도입한 예대금리차 공시를 타 업권에 확대할 가능성을 내비친 상황이다. 이날 금융위는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를 처음 시행하는 만큼 이용자 수가 많고 사회적 관심이 높은 은행권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했다"며 "다른 업권으로 확대할 지 여부는 업권별 특성 및 영향 등을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