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족쇄' 꼭 푼다더니…소상공인 반발하자 일단 물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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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마트 의무휴업 유지"윤석열 정부가 ‘규제심판 1호’ 안건으로 올린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 완화가 좌초 위기에 빠진 것은 이해당사자 설득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전통시장 소상공인 등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넘지 못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규제 개선 정책을 상징하던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 완화가 사실상 무산될 처지에 놓이면서 다른 규제 개선 과제의 동력도 상당 부분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규제개혁 1호 대상이었는데
전통시장서 비상민생회의 후
"소상공인 피해 우려 신중해야"
정부 ‘규제심판 1호’부터 흔들
대형마트 영업제한은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규제해 전통시장 이용을 늘리겠다는 취지였다. 2013년에는 규제가 확대돼 월 2회 휴일 의무휴업이 강제됐다. 하지만 규제 도입 초기부터 대형마트 영업제한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 이용객이 늘지 않아 규제 필요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비자 불편만 초래할 뿐 실효성이 없는 규제라는 비판이 쏟아졌다.이 같은 점을 감안해 윤석열 정부는 지난달부터 대형마트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에 나섰다. 지난달 20일 10대 국민제안 중 하나로 대형마트 규제 완화를 선정한 뒤 국민들의 의견을 받았다. 이달 4일에는 국무조정실 주도로 마련한 규제심판회의의 1호 안건으로 채택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 개선 움직임에 소상공인 단체 등이 집단 반발하기 시작했다. 각종 성명서를 통해 정부를 비판한 데 이어 지난 5~18일 진행된 규제심판 국민참여 온라인 토론에 집중적으로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토론에 참여한 3073명 중 87.5%인 2689명이 ‘대형마트 영업제한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규제 개선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337명(11.0%)에 그쳤다.
업계 “10원 전쟁 한창인데…”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24일 2회 규제심판회의가 돌연 연기됐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공개적인 회의를 여는 대신 각 부처가 상생안을 마련해 이해관계자와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현행 제도를 유지하며 소상공인 의견을 듣겠다”고 한 것도 상생안을 우선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같은 방식은 과거 정부에서 대형마트들이 전통시장 발전기금 등을 내고 출점 또는 영업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기존의 규제 개선 의지가 상당 부분 없어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규제 철폐 기대에 부풀어 있던 유통업계에선 벌써부터 허망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무엇보다 밥상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방파제’ 역할을 하는 대형마트의 발목을 계속해서 붙잡겠다는 것이냐”며 아쉬워했다. 최근 대형마트들은 앞다퉈 물가 안정의 첨병 역할을 자처하며 최저가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부터 우유 등 40대 필수품목을 다른 유통업체와 비교해 상시 최저가로 판매하는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유통업계 관계자는 “서로 건전한 가격 경쟁을 벌이며 물가 안정에 이바지하고 있는 대형마트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정치적인 이유로 규제를 풀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른 규제 개혁도 좌초하나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 완화가 어려워지면서 정부의 규제 개선 동력이 상당 부분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형마트 영업제한과 함께 규제심판회의 안건으로 제시한 다른 규제들도 이해당사자가 반대하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앞서 국무조정실은 이해관계자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6개 규제를 심판회의 안건으로 지정했다. 반영구화장을 비의료인이 시술하도록 허용하고, 외국인 학원강사의 학력 제한을 대학교 졸업 이상에서 대학교 재학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 등이다.
강진규/박종관/황정환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