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 큰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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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ESG] 칼럼‘다양성’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대에 더욱 중요한 이슈로 대두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해 8월에 승인한 나스닥 규정에 따르면, 나스닥 상장기업의 이사회에는 적어도 한 명의 여성 이사와 함께 적어도 한 명의 소수인종이나 소수민족 출신 또는 성소수자(LGBTQ)가 포함되어야 한다. 이사회 다양성 매트릭스(Board Diversity Matrix)를 사용해 관련 현황을 매년 공개해야 하며,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은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기업 규모, 이사회 규모, 상장 방식에 따라 다른 기준이 적용될 여지가 있음에도 이 규정이 기업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의사결정 시스템에서 ‘소수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주인 7명 전원 사망, 4900억원의 금전적 손실을 초래한 1986년 1월 28일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는 미국 우주사업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되었다. 우주선에 탑승한 민간인 교사가 재직했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강당에서 TV 생중계를 보고 있었기에 폭발 사고의 충격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챌린저호 폭발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추운 날씨 때문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고무 밸브였다. 이를 염려한 기술자가 발사 전 여러 번 취소를 요청했지만 묵살되었고, 다른 대안도 고려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사를 강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나사(NASA) 전문가들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그룹에서 잘못된 의사결정의 또 다른 예는 ‘하버드 행정부’로 불리던 케네디 행정부에서 발생한 1961년 4월 17일의 ‘쿠바 피그만 침공 실패 사건’이다. 반대 의견 제시가 힘들던 분위기 때문에 만장일치로 결정된 좋은 의사결정처럼 보였겠지만, 결국 케네디 행정부는 참담한 실패를 겪었다.
인재들이 모인 집단에서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어빙 재니스가 1971년에 처음 규정한 ‘집단사고(groupthink)’를 통해 그 답을 유추할 수 있다. 응집력이 높은 집단에서는 통일된 의사결정을 도출하려는 경향이 강하기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거나 다른 대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는 시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코드’가 맞는 사람으로 구성된 집단의 폐쇄성은 비합리적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맥락에서 다양성을 확보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도출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글로벌 기업이 점점 늘고 있다. 2021 ESG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CEO를 제외한 이사회 멤버 8인 중 3명이 여성이며, 4명이 소수집단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타벅스는 2025년까지 임원의 30%, 소매 및 제조 담당자 40%를 BIPOC(흑인, 원주민, 유색인종)로 임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한국 기업의 경우 다양성 중 가장 기초적인 성별 다양성 확보도 미진한 상태다.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은 지난해 746명(5.5%)에서 올해는 915명(6.3%)으로 증가했지만, 이 수치는 해외 주요 기업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지난 8월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다양성 차원에서 이사 전원을 특정 성으로만 구성할 수 없다. 지난 4월 기준 여성 이사가 한 명도 없는 31개사(19%)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앞으로 다양성과 관련한 규정은 나스닥 상장기업에 국한되어 적용되지 않고 그 대상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다양성 확보 및 활용의 취지에 대해 공감하는 글로벌 기업의 숫자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런 변화를 감지한 글로벌 평가사들은 관련 지표 개발을 통해 다양성 확보 및 활용 측면에서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을 가려낼 것이며, 그 정보는 투자자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각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이다.
ESG 시대의 다양성 확보 및 활용에 대해 체계적 접근이 요구된다. 다양성을 지닌 여러 인적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및 기업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관련 노동정책 및 인사정책을 유연하게 운영하면서 다양성을 더욱 확대해나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다양성 확보 및 활용을 실천하는 데 한국 사회 및 한국 기업이 직면한 현황과 한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소수인종과 소수민족이 전체 인구의 43%를 차지하는 데 비해 한국에서는 그 수치가 4%에 불과하다.이렇듯 다양성을 지닌 가용 인적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동일한 잣대를 한국 사회 및 한국 기업에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을 글로벌 평가사에 적극적으로 어필할 필요가 있다. ‘다름’이 발견된 경우, 옮고 그름을 판단하기 전 그런 ‘다름’이 발생한 원인을 기업 차원뿐 아니라 문화와 제도적 차원에서 파악해 국내외 ESG 생태계 구성원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양성 확보 및 활용이라는 시대적 요구사항이 ESG 시대에 또 다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재혁 고려대 경영대 교수
우주인 7명 전원 사망, 4900억원의 금전적 손실을 초래한 1986년 1월 28일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는 미국 우주사업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되었다. 우주선에 탑승한 민간인 교사가 재직했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강당에서 TV 생중계를 보고 있었기에 폭발 사고의 충격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챌린저호 폭발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추운 날씨 때문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고무 밸브였다. 이를 염려한 기술자가 발사 전 여러 번 취소를 요청했지만 묵살되었고, 다른 대안도 고려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사를 강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나사(NASA) 전문가들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그룹에서 잘못된 의사결정의 또 다른 예는 ‘하버드 행정부’로 불리던 케네디 행정부에서 발생한 1961년 4월 17일의 ‘쿠바 피그만 침공 실패 사건’이다. 반대 의견 제시가 힘들던 분위기 때문에 만장일치로 결정된 좋은 의사결정처럼 보였겠지만, 결국 케네디 행정부는 참담한 실패를 겪었다.
인재들이 모인 집단에서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어빙 재니스가 1971년에 처음 규정한 ‘집단사고(groupthink)’를 통해 그 답을 유추할 수 있다. 응집력이 높은 집단에서는 통일된 의사결정을 도출하려는 경향이 강하기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거나 다른 대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는 시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코드’가 맞는 사람으로 구성된 집단의 폐쇄성은 비합리적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맥락에서 다양성을 확보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도출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글로벌 기업이 점점 늘고 있다. 2021 ESG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CEO를 제외한 이사회 멤버 8인 중 3명이 여성이며, 4명이 소수집단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타벅스는 2025년까지 임원의 30%, 소매 및 제조 담당자 40%를 BIPOC(흑인, 원주민, 유색인종)로 임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한국 기업의 경우 다양성 중 가장 기초적인 성별 다양성 확보도 미진한 상태다.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은 지난해 746명(5.5%)에서 올해는 915명(6.3%)으로 증가했지만, 이 수치는 해외 주요 기업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지난 8월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다양성 차원에서 이사 전원을 특정 성으로만 구성할 수 없다. 지난 4월 기준 여성 이사가 한 명도 없는 31개사(19%)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앞으로 다양성과 관련한 규정은 나스닥 상장기업에 국한되어 적용되지 않고 그 대상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다양성 확보 및 활용의 취지에 대해 공감하는 글로벌 기업의 숫자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런 변화를 감지한 글로벌 평가사들은 관련 지표 개발을 통해 다양성 확보 및 활용 측면에서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을 가려낼 것이며, 그 정보는 투자자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각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이다.
ESG 시대의 다양성 확보 및 활용에 대해 체계적 접근이 요구된다. 다양성을 지닌 여러 인적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및 기업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관련 노동정책 및 인사정책을 유연하게 운영하면서 다양성을 더욱 확대해나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다양성 확보 및 활용을 실천하는 데 한국 사회 및 한국 기업이 직면한 현황과 한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소수인종과 소수민족이 전체 인구의 43%를 차지하는 데 비해 한국에서는 그 수치가 4%에 불과하다.이렇듯 다양성을 지닌 가용 인적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동일한 잣대를 한국 사회 및 한국 기업에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을 글로벌 평가사에 적극적으로 어필할 필요가 있다. ‘다름’이 발견된 경우, 옮고 그름을 판단하기 전 그런 ‘다름’이 발생한 원인을 기업 차원뿐 아니라 문화와 제도적 차원에서 파악해 국내외 ESG 생태계 구성원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양성 확보 및 활용이라는 시대적 요구사항이 ESG 시대에 또 다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재혁 고려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