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소프트뱅크의 뿌리는 '아이디어 섞기'였다

믹스

안성은 지음
더퀘스트
384쪽│1만8800원
일본 이동통신회사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 다닐 때 일이다. 손 회장은 사업가가 되길 꿈꾸며 ‘하루 한 가지씩 발명하자’는 원칙을 세웠다. 그리고 자신만의 비장의 무기를 만들었다. ‘낱말 카드’였다. 그는 300여 개의 낱말 카드에서 매일 세 개를 무작위로 뽑아서 섞었다. 그러면 생각지도 못한 것이 나왔다. 손 회장은 그런 식으로 매년 무려 250여 건의 사업 아이디어를 뽑아냈다.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낸 발명품 ‘음성 전자 번역기’는 일본의 전자회사 샤프에 1억엔을 받고 팔았다.

<믹스(Mix)>는 시대를 이끄는 브랜드와 사업가들의 성공 전략으로 ‘섞기’를 꼽고 효과를 분석한다. 브랜드 컨설팅 회사 브랜드보이의 안성은 대표가 썼다. 저자는 “물건도, 브랜드도 너무 많은 ‘포화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며 “그 많은 것 가운데 돋보이고 선택받으려면 완전히 새롭거나 경쟁자와 확 달라야 한다”고 강조한다.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이질적인 것을 섞어볼 것을 제안한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패션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도 믹스의 달인이었다. 그는 2018년 루이비통 164년 역사상 최초로 흑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됐다. 그는 유명 패션스쿨을 나오지도 않았고 그럴듯한 경력도 없었다. 하지만 섞기 능력이 탁월했다. 랄프로렌의 서브 브랜드인 럭비의 셔츠를 40달러에 구입한 뒤 그 위에 자신이 만든 브랜드 파이렉스 비전의 로고를 대문짝만하게 박는 등 재조합을 시도했다. 그리고 10배 비싼 550달러에 판매했다. 셔츠는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루이비통에서도 비슷한 방식을 취했다. 이 덕분에 루이비통은 해마다 매출 신기록을 경신했다.

저자는 사람들의 ‘공감’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조합한다면 누구나 믹스의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A와 B를 섞으면 AB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완전히 다른 ‘가나다’가 나온다. 인간의 창조 행위는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믹스하는 것,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