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끝나도 방심은 금물…초가을까지 식중독·장염 주의해야 [김정은 기자의 생생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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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중독 막기 위한 핵심 TIP한낮 햇살의 위력이 약해지면서 여름의 끝이 보인다. 이번 여름은 고온다습하고 비도 많이 왔다. 습한 날씨는 각종 식중독균이 번식하기 좋은 조건이다. 많은 비로 하천과 지하수가 역류해 식중독균이 밭에 있는 채소 등을 오염시켜 식중독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병원성 대장균 식중독 환자의 89%가 6~9월 집중된다. 초가을로 접어들더라도 음식으로 탈이 나는 일은 계속될 수 있기 때문에 의료계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식중독 환자 89%가 6~9월에 집중
올해 여름 비 많이 와 더욱 위험
예방하려면 손 자주 씻고 위생 관리
음식 익혀 조리하고 오래 보관 말아야
구토·설사…물 많이 마셔 수분 보충을
고열·혈변 지속 땐 '급성 장염' 가능성
○설사·구토·복통…증상은 비슷
식중독은 음식을 섭취하면서 인체에 유해한 미생물이나 유독물질이 유입돼 발생하는 감염·독소형 질환이다. 주요 원인균으로 포도상구균과 살모넬라균, 병원성 대장균, 비브리오균, 캄필로박터균, 리스테리아균 등이 있다.포도상구균은 식품에 가장 많은데, 상하거나 덜 익힌 고기를 먹으면 감염된다. 바다에 서식하는 비브리오균은 생선회나 굴, 조개 등을 날것으로 섭취하면 잘 걸린다. 비브리오패혈증은 환자 절반이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다. 지병이 있다면 해산물은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 역시 수산물을 날것으로 먹으면 위험하다.
살모넬라균은 상한 닭고기나 우유, 달걀을 통해 감염된다. 병원성 대장균은 소나 돼지의 내장에 있는 균으로 오염된 시금치 상추 같은 생채소로 인해서도 감염된다. 캄필로박터균은 생닭을 세척할 때 주변 채소나 조리도구에 교차 오염을 일으키며 발생한다. 리스테리아균은 결혼식 피로연이나 집단급식의 상한 음식에서 잘 생긴다.원인균과 상관없이 증상은 다 비슷하다. 섭취한 당일이나 최대 72시간 내 발생하는데, 설사 및 구토를 계속하고 배가 뒤틀린 듯 아프다. 김보미 강북삼성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같은 음식을 먹어도 누구는 식중독에 걸리고 누구는 멀쩡한 경우가 많다”며 “섭취 당시 신체 상태 및 문제가 된 음식의 섭취량 등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지사제 임의 복용 주의해야
가벼운 식중독은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호전된다. 설사를 동반하기 때문에 물을 많이 마셔서 수분과 전해질을 충분히 보충하는 게 좋다. 이미숙 경희대병원 감염면역내과 교수는 “지사제를 임의로 복용하면 독소 배출을 막아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치료는 주로 항생제를 쓴다.대부분 질환은 치료보다 예방이 효과적인 경우가 많은데, 식중독도 마찬가지다. 의료계는 두 가지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째는 개인위생이다. 식중독균은 더러운 손을 통해 옮겨 다니기 때문에 손을 자주 씻어야 한다. 둘째는 음식의 올바른 조리 및 보관이다.식중독균이 활동하기 좋은 온도는 30~37도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식중독균 한 마리가 4시간 만에 1600만 마리로 폭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식중독균은 물과 음식, 토양 등 다양한 경로로 퍼지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열에 의해 사멸되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 쓴다면 발병 가능성은 확 낮아진다.
○이틀 이상 가면 병원 찾아야
충분히 익혀 조리하고, 남은 건 오래 보관하지 말아야 한다. 냉동한 음식을 실온에서 오래 해동하거나 뜨거운 물을 부으면 식중독균이 급속도로 번식한다. 보통 냉장고에 두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육류 유제품 생선 등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은 냉장 보관 기간을 1~2일로 줄여야 한다. 김밥과 샌드위치를 2시간 이상 상온에 방치했다면 먹지 않는 게 좋다. 약수터 물이나 지하수는 위험하므로 끓여 마셔야 한다.고열과 혈변, 어지럼증이 이틀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한 식중독이 아니라 항생제 치료가 필요한 급성 장염일 수 있다. 병원을 찾아 빨리 진료받아야 한다. 심장과 신장, 간 등에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노인 유아 등은 잘 낫지 않는 사례가 많다. 심하면 패혈증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우려도 있다. 명승재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2~3주 이상 증상이 지속돼 다른 질환을 감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대장내시경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평소 장이 약한 사람은 약한 염증이나 자극에도 쉽게 증상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음식이나 스트레스 등에 따라 복통 및 설사 증상이 자주 생기는 사람은 손 씻기를 철저히 하는 등 더 신경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