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원 세 모녀' 비극…고립가구 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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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서울시복지재단 대표이사경제 규모 세계 10위인 대한민국에서 ‘수원 세 모녀’ 사건과 같은 비극이 반복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수원 세 모녀는 일반적인 복지 사각지대 시민이 아니다. 금융 부채로 전입신고도 못했고 외부와 단절된 고립 상태에서 복지 서비스를 신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건강 상태도 좋지 않았다. 이들은 실제 주거지와 주소 등록지가 달라 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의 복지 서비스에서 배제된 새로운 형태의 숨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그동안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확대해 왔다. 정부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34종의 위기 정보를 기초로 복지 사각지대를 예측하고 고(高)위험군을 지자체에 통보한다. 하지만 수원 세 모녀는 이런 복지 위기가구 발굴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자체 중 95.2%에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이 설치돼 있다. 그런데 주민센터 공무원들에겐 코로나19 대응과 같은 다양한 업무가 수시로 쏟아져 한 가지 업무에 집중하기엔 한계가 있다.수원 세 모녀처럼 발굴하기 어려운 고립 가구는 어떻게 지원해야 할까. 우선 실거주지와 주소지가 달라도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기존의 긴급복지제도 조건을 완화하고 대상자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마침 정치권에서는 실거주지와 주소지가 다를 경우 현 거주지에 사회보장급여를 신청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급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음으로는 복지 사각지대에 처한 고립 가구 유형과 특성에 따른 맞춤형 핀셋 발굴을 하고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 또는 서울시 같은 광역 단위에서 종합적 빅데이터로 정리한 명단과 자치구·동 단위에서 실행적인 측면에서 갖고 있는 고립 가구 명단을 교차로 확인해 조사 대상을 명확히 한 뒤 자치구나 시민 생활권 단위로 좁혀 들어가 가가호호 방문해 실질적인 고립 가구를 찾아내는 실행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발굴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도입된 스마트 안전망 구축에서부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인적 안전망까지 촘촘하고 섬세한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광역 단위로 사회적 고립 가구 위기 대응 총괄센터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총괄센터는 고립 가구 지원 방안을 설계하고 감시하는 머리의 역할을 하고, 자치구나 시민 생활권 단위의 실행 기구와 협력해 유기적 연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실행 기구는 기존 자치구 단위에 설치된 희망복지 지원과를 강화해도 좋고 자치구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 아니면 시민 생활권 단위로 고립 가구를 전담 지원하는 민관 복지 실행 기구를 만들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빚 해결을 위한 금융복지 및 의료 지원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