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채에도 공매도 몰리는 이탈리아…위기 방파제 철저 점검을

이탈리아 경제가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제한, 재정지출 확대를 요구하는 정치세력의 집권 가능성 때문이다. 급기야는 이탈리아 국채값 급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세력까지 붙었다. 공매도를 위해 헤지펀드 등이 빌린 이탈리아 국채는 이달 들어 390억유로(약 51조7600억원)를 넘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싹틀 만하다.

이탈리아의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는 유럽연합(EU) 평균인 38.7%보다 높은 43.3%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가장 취약한 나라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금수조치가 이뤄질 경우 이탈리아의 경제성장률이 향후 1년간 최대 5.7%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지난달 경고했다. 내달 25일 치러지는 이탈리아 총선에서 긴축에 반대하는 우파 연합이 승리할 것으로 점쳐지는 것도 위기 요인이다. 만성 재정적자로 이탈리아 국가채무는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157%에 이른다. 그럼에도 우파는 공공지출 확대와 대대적 감세를 주장하고 있어 재정파탄 우려가 점증하는 것이다. 이 여파로 1년 전 연 0.6%였던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그제 연 3.7%까지 급등했고, 경제 모범국인 독일 국채와의 스프레드(가산금리)도 연초 1.37%포인트에서 지금은 2.30%포인트로 벌어졌다.이탈리아에서 벌어지는 일은 환율 급등과 외환보유액 감소가 일어나고 있는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 당국자들의 발언과 대응에도 긴박감이 떨어진다. 원·달러 환율이 추세적으로 1300원을 넘은 것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정도였다. 엔화도 원화 정도의 평가절하가 이뤄졌지만, 그것은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그런 방향으로 금리정책을 구사한 데 따른 것이다. 외환시장 불안이 본격화한 한 달여 전에 모호한 화법으로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기대를 부풀렸던 추경호 부총리는 요즘 아무런 말이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외환보유액 감소를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는 듯 얼버무렸다.

우리 경제는 6% 넘는 물가에 갈수록 떨어지는 성장률, 4개월 연속 무역적자와 반도체 경기 급락 등의 악재에 겹겹이 둘러싸여 있다. 금융위기 발발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는 강력한 방파제를 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