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리자 원전 일시 단전…유럽 '제2 체르노빌' 공포

전력 끊기면 방사능 유출 우려
IAEA "당장 현장 점검해야"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가 25일(현지시간) 일시적으로 전력망에서 완전히 차단됐다. 원전 인근에서 포격에 따른 화재가 발생하면서 송전선에 문제가 생겨서다. 1986년 발생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자포리자 원전 인근의 야산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원전과 외부를 연결하던 마지막 송전선이 훼손됐다. 자포리자 원전의 송전선은 총 4개인데, 이미 3개는 전쟁 중 훼손된 상태였다.마지막 송전선에까지 문제가 생기면서 가동 중이던 원자로 2기와 우크라이나 전력망 연결이 차단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전이 전력망에서 완전히 차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화재의 원인이 상대방의 공격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원자로 냉각을 위한 전력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원전 사고의 원인이 되는 ‘멜트다운(원자로 노심용융)’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 3월부터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에서 일하는 우크라이나 근로자들을 구금하는 등 압박하자 인력들이 줄지어 이탈하고 있는 상황이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 “최대한 빨리 자포리자에 가서 상황을 확인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