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주문 막았다" 초유의 사태…임영웅 뜨자 하루 만에 23억 대박

모발관리 시장 성장에 관련 브랜드 '빅모델' 경쟁전
전지현부터 이성경·임영웅까지 등판
TV홈쇼핑 기반으로 탈모샴푸 점유율 1위(2019년 칸타월드패널 집계 기준)에 오른 'TS샴푸'는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가수 지드래곤(GD·권지용)을 광고모델로 기용해 화제가 됐고, 올해 7월부터는 트로트 가수 임영웅을 대표 모델로 세웠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모발 관리(헤어케어) 브랜드들이 이른바 '빅모델' 카드로 소비자 공략에 힘을 쏟고 나섰다. 젊을 때부터 헤어스타일 관리에 아낌 없이 지갑을 여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고가 니치 향수에 이어 헤어케어 상품을 신규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샴푸계의 샤넬’로 불리는 수입 브랜드 '오리베'의 브랜드 광고모델(앰버서더)로 배우 이성경을 기용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고가 니치 향수에 이어 헤어케어 상품을 신규 성장동력으로 삼아 미국 브랜드 오리베의 국내 사업 확대에 나선다고 25일 밝혔다.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오리베는 제니퍼 로페즈, 스칼렛 요한슨 등 스타의 모발 관리를 맡은 스타일리스트 오리베 카날레스가 2008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한 모발 관리 전문 브랜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4년부터 자체 뷰티 편집숍 '라페르바'를 통해 오리베 제품을 판매해왔다. 1000mL 한 병에 20만9000원에 달하는 ‘골드 러스트 샴푸’와 100mL 한 병에 6만9000원짜리 '골드 러스트 너리싱 헤어 오일'이 대표 제품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오리베를 비롯한 헤어케어 시장 성장세에 주목했다. 오리베는 지난 4년간 매출이 360%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온라인을 통한 매출은 1036% 뛰며 매장이 없는 지역에서도 수요가 입증됐다.

앞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자체 탈모 관리 브랜드 '저스트 에즈 아이엠'(JUST AS I AM)을 론칭하면서 20대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 비비(BIBI)를 브랜드 모델로 기용하기도 했다.
사진=LG생활건강
빅모델 카드를 적극 내세운 것은 '전통의 강자'들도 마찬가지다. TV홈쇼핑 기반으로 탈모샴푸 점유율 1위(2019년 칸타월드패널 집계 기준)에 오른 'TS샴푸'는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가수 지드래곤(GD·권지용)을 광고모델로 기용해 화제가 됐고, 올해 7월부터는 트로트 가수 임영웅을 대표 모델로 세웠다.

이달 27일 홈쇼핑 GS샵 방송에서는 임영웅 포토카드와 브로마이드 등 굿즈(상품)를 구매고객에게 전달하는 상품을 기획, 하루 만에 약 23억원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해당 홈쇼핑에서 판매한 유형상품 중 일매출로 1위를 기록했다는 후문이다.

GS샵 관계자는 "이날 오전 방송에서는 약 15억원어치 1만8000세트가 40분 만에 매진됐고, 오후 방송에서는 8억원어치 9000세트가 20분 만에 동났다. 오후방송 재고 물량 보전을 위해 중간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주문을 막기도 했다"고 설명했다.특이한 CM송으로 돌풍을 일으킨 LG생활건강의 모발 관리 브랜드 '닥터그루트'는 탈모 샴푸에 이어 머리를 감으면 염색이 되는 '염색 샴푸' 모델로 슈퍼주니어 출신 김희철을 모델로 고수하고 있다. 김희철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탈모 사실을 언급한 바 있다. LG생활건강의 또다른 모발 관리 브랜드 '엘라스틴'은 2019년부터 배우 전지현을 재기용한 상태다.
모다모다는 배우 이정재를 기용한 첫 TV 광고를 선보였다. 사진=모다모다
염색 샴푸 시장을 연 모다모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 게임'을 통해 세계적 배우가 된 이정재를 광고에 세웠다. 갈변 원리를 응용한 모다모다샴푸 핵심 성분에 대한 추가 위해성 평가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모다모다는 이정재의 입을 빌려 "혁신 기술은 지켜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모다모다는 유해성 논란 속에서도 쿠팡, 컬리 등 판매처를 확대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또다른 모발 관리 브랜드 '엘라스틴'은 2019년부터 배우 전지현을 재기용한 상태다. 사진=LG생활건강
각 브랜드가 거금을 들여 빅모델을 기용하는 이유는 자기 관리에 적극적으로 지갑을 여는 MZ(밀레니얼+Z) 세대가 새치 관리를 비롯한 헤어스타일 관리에 관심이 많아 시장 전망이 밝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탈모 진료를 받은 환자는 23만명에 달했는데 20~40대가 65.9%를 차지했다. 여성 탈모 환자도 전체의 42.9%로 집계됐다.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기존 생활용품 브랜드가 점령하던 샴푸 시장이 기능성과 취향에 따라 세분화되고 있고, 호텔 어메니티(비치용 제품)를 통해 고가 헤어 제품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주 구매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