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 탄생 118주년…中 누리꾼은 칭송·관영매체는 조심

"검열당국, 덩샤오핑 추모가 시진핑 반대 목소리로 번지는 것 차단"
'현대 중국의 설계사' 덩샤오핑 탄생 118주년을 맞아 지난 한 주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그에 대한 헌사가 이어졌으나 관영매체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보도했다. 신문은 덩샤오핑의 생일인 8월 22일을 기점으로 웨이보, 위챗, 터우탸오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끝없는 사상 논쟁으로부터 중국을 해방하고 부의 창출과 개발에 초점을 맞춘 그에 대한 칭송으로 넘쳐났다고 전했다.

이어 "당국과 대중은 언제나 덩샤오핑의 유산을 기려왔지만 중국이 국내외에서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한 올해 온라인에서는 많은 이들이 중국의 황금기라 여겼던, 중국이 세계에 문을 처음 열었을 때에 대한 열망이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사로 불리는 덩샤오핑은 중국이 강력히 통제된 계획경제의 사슬을 끊고 고립에서 벗어나 세계적 강대국이 될 수 있는 길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대학 입시와 공무원 시험을 부활시켰고 중국 과학기술 부흥의 토대를 마련했다.

칭화대 황위성 교수는 웨이보에 "중국인들, 특히 건전한 이성을 이들은 덩샤오핑 동지가 단호히 도입한 개혁·개방 정책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시간이 갈수록 그에 대한 인민의 존경과 추모는 더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이들은 덩샤오핑의 실용주의와 외교 기술을 기렸다. 베트남과 전쟁하고 홍콩 반환 문제에서 영국에 단호한 태도를 취하는 한편, 미국·구소련 등과 관계를 개선하고 일본을 포함해 이웃 나라들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며 중국의 국제적 고립을 깼다고 칭송했다.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학원의 앨프리드 우 부교수는 "특히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의 수혜를 본 구세대가 덩샤오핑을 그리워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한 서점의 위챗 계정에는 미국의 저명한 동아시아 전문가 에즈라 보걸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쓴 '덩샤오핑 평전' 등의 초록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관영매체들은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22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웨이보 계정을 통해 덩샤오핑의 사진과 발언들을 소개했다.

소개된 발언은 "개혁 프로그램은 또한 정치적 개혁을 포함해야 한다", "혁명 정당이 걱정해야 할 한가지는 대중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다.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침묵이다" 등 인민을 섬기는 것에 관련된 것들이다.

덩샤오핑에 대한 대중의 칭송은 그의 유산에 대한 중국 당국의 공식적 평가와 맥을 같이 하지만, 가장 민감한 정치적 시기에 접어들면서 당국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SCMP는 분석했다.

특히 검열 당국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결정될 올가을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덩샤오핑에 대한 헌사가 시 주석 정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로 이용되는 것을 막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중국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과 현대 중국의 설계사 덩샤오핑 이래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 평가받는 시 주석은 자신을 두 전임 지도자와 같은 반열에 올리면서도 두 지도자와 다른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

대표적으로 '늑대 외교', '공동 부유' 등에서 덩샤오핑과 노선을 달리한다.

22일 일부 위챗과 웨이보 이용자들은 2년 전에 온라인에 퍼진 덩샤오핑 관련 한 게시물을 다시 올렸지만, 이는 이내 삭제됐다.

현재의 정책과 덩샤오핑의 접근을 비교한 해당 글은 현 지도자(시진핑)에 대한 은근한 비판으로 보였다고 SCMP는 전했다.

해당 글은 덩샤오핑을 '보통 사람', '평범한 사람'이라는 뜻의 '쑤런'으로 칭하면서 덩샤오핑이 개인 숭배에 반대한 것을 강조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시 주석에 대한 숭배 작업이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은퇴를 앞둔 것으로 알려진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주 중국의 기술 허브인 광둥성 선전에서 덩샤오핑에 대해 헌사를 바쳤다.

어촌이었던 선전은 덩샤오핑의 개방 정책으로 중국의 첨단 경제특구로 탈바꿈했다.

온라인에 올라온 영상에 따르면 리 총리는 덩샤오핑의 동상이 세워진 공원을 찾아 "선전은 중국 개혁·개방의 선봉장"이라며 "우리는 개혁·개방을 고수해야 한다. 개방은 우리나라의 기본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