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밀려들더니 순식간에 4억 '뚝'…마곡 집주인들 '눈물' [김은정의 클릭 부동산]

금리·급매물에 휘청거리는 주택 시장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월세, 전세 등 물량을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사진=한경DB
'금리 인상에 따른 일시적인 집 값 조정이다' '집 값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부동산 대세 하락장이다'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을 두고 이런저런 분석들이 많습니다. 최근 몇년간 고공행진하기만 했던 집값이 단기간에 빠르게 떨어지자 실수요자들은 물론 부동산 전문가들까지 배경을 분석하고 앞으로 전망을 내놓기에 분주한 모습입니다.특히 서울 외곽 중소형 아파트들이 집중적으로 집 값 조정의 대상이 되고 있어 실수요자들의 셈법이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무주택자들은 내 집 마련 시점을 재느라 골머리를 앓고, 상당수 유주택자들은 사실상 유일한 재산인 주택 가치가 하락하고 있어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사진 제공=연합뉴스
특히 한 때 '제2의 강남'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했던 서울 강서구 마곡의 집 값 하락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마곡은 이화여대 서울병원, 서울식물원 등 편의 시설이 충분한 데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이 인근에 있어 상권에 대한 평가가 좋은 편입니다.

대기업들의 진출도 잇따랐습니다. LG사이언스파크가 대표적입니다. LG 사이언스파크는 2018년 처음 문을 연 이후 LG그룹의 연구개발(R&D) 허브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연면적 기준 축구장 152개 크기와 맞먹는 시설에 LG그룹 8개 계열사는 물론 협력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까지 2만여 명의 연구 인력이 모여 있습니다. 마곡 지역 생태계의 변신을 주도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이렇게 떠오른 마곡 지역의 아파트 값을 보면 다른 지역에 비해 하락 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마스터(전용면적 59㎡)는 이달 11일 9억8000만원에 실거래 됐습니다. 15층으로 층수도 나쁘지 않습니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13억8000만원의 최고가보다 30%에 육박하는 4억원이나 떨어졌습니다. 이 단지의 전용면적 84㎡도 지난해 8월엔 16억8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올 5월엔 14억9000만원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절세를 위한 급매물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실거래되고 있다"며 "급매물을 평균 가격이라고 이해하긴 어렵지만 추후 다른 거래들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마곡이 포함된 서울 강서구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하락 폭은 키워가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5월 강서구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월에 비해 0.04% 떨어졌습니다. 올 6월엔 마이너스(-)0.14%, 7월엔 -0.23%로 하락 폭이 커졌습니다.

부동산R114는 "주택 공급 부족과 수요 쏠림 현상으로 가격이 먼저 상승했던 서울 신축 아파트가 금리 인상기에서 선제적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며 "가격 급등세를 보였던 신축 아파트가 시장 흐름에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고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엔 서울 신축의 오름 폭이 가장 가팔랐습니다. 당시 입주 5년 이내 신축 아파트 매매가가 15.56% 상승한 가운데 준신축(입주 6~10년)과 구축(입주 10년 초과) 아파트 값은 상대적으로 낮은 12.68%, 13.56% 각각 올랐습니다. 2018년과 2019년에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습니다.한편 주택 시장의 거래 절벽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올 7월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선데 이어 이번달엔 사상 처음으로 4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며 "유주택자들은 물론 내 집 마련을 고려하고 있는 무주택자들까지 달라진 금리 환경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