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가고 행복이…마음의 눈을 뜨는 법, 뮤지컬 '킹키부츠' [리뷰]
입력
수정
뮤지컬 '킹키부츠' 리뷰
화려하고 강렬하게…쇼 뮤지컬의 정수
편견에서 벗어나 '나다움' 강조
관객과 주고받는 뜨거운 위로와 응원

늘 날 선 시선에 맞서야 했던 드래그 퀸(Drag Queen, 사회가 고정한 성별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여성을 표현하는 여장 남자)이 건네는 위로는 강력했다. "네가 힘들 때 곁에 있을게. 삶이 지칠 때 힘이 돼 줄게. 인생 꼬일 때 항상 네 곁에 함께."새빨간 부츠를 신고 화려한 조명이 쏟아지는 무대 위 그가 일깨워준 가치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진 듯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뮤지컬 '킹키부츠'다.
'킹키부츠'는 1979년 영국 노샘프턴의 수제화 공장들이 경영악화로 폐업 위기에 내몰린 가운데, 80㎝의 '킹키부츠'로 돌파구를 찾아낸 한 구두공장의 이야기를 그린다.
대를 이어 구두 공장을 물려받게 된 찰리는 경영난에 시달리던 중 드래그 퀸 롤라를 만나게 되고, 남성용 부츠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기로 마음먹는다. 최종 목표는 밀라노 패션쇼에 서는 것. 이를 위해 찰리는 롤라에게 디자이너가 되어달라고 부탁했고, 그렇게 롤라는 '킹키부츠' 만들기에 합류한다.작품은 찰리를 비롯한 공장 사람들이 롤라에 대한 편견을 한 겹씩 벗어내는 과정을 보여주며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라'고 말한다. 문호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인용해 "너 자신이 돼라. 타인은 이미 차고 넘친다"고 외치는 롤라의 표정에선 당당함이 느껴진다.

편견이 깨지니 곧 행복이 다가온다. 마지막 넘버 '레이즈 유 업(Raise you up), '저스트 비(Just be)'에서는 가장 화려하고 유쾌하게 편견을 타파한 이들을 축하한다. 커튼콜에서는 관객 모두가 일어나 서로를 향해 뜨겁게 환호하고 박수를 보낸다. 강한 희열과 감동이 남는 '킹키부츠'다.
국내에서 2014년 초연한 '킹키부츠'는 2016년, 2018년, 2020년에 이어 올해가 다섯 번째 시즌이다. 지난 28일 한국 공연 400회를 돌파하는 등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미 두 시즌에 걸쳐 찰리를 소화했던 이석훈은 한층 능숙한 연기와 안정적인 가창력으로 자신만의 찰리를 완성해냈다. 최재림 표 롤라는 완벽하다. 키 180cm가 넘는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섹시함, 아름다움이 한데 어우러져 사랑스럽기까지 하다.공연은 10월 23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계속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