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 찾아가는 文 평산마을…아직은 살얼음판

경호구역 확대로 소음 피해 이웃 마을 확대 우려
文 반대 유튜버 여전히 경호구역에서 인터넷 방송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귀향한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통도사 바로 옆이면서, 45가구 100여명 정도가 사는 농촌이자 전원마을이다. 주민들은 개구리·맹꽁이 소리, 풀벌레 소리, 새 소리가 사시사철 들린다고 자랑한다.

지난 5월 10일부터 평산마을은 문 전 대통령을 반대하는 단체들의 단골 집회 장소이자 유튜버들의 인터넷 방송 무대가 됐다.

장마, 불볕더위에 아랑곳없이 거의 매일, 100일 넘게 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스피커·확성기를 동반한 집회, 욕설 시위가 이어졌다. 사저 앞에 진을 치다시피 한 시위꾼들 때문에 문 전 대통령 부부는 동네 산책조차 힘들었다.

사건 사고 하나 없던 마을은 외부인을 경계하는 동네가 됐다.

여기에 문 전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모인 지지단체의 맞불 집회까지 가세했다. 평산마을이 찬반 진영 대결 무대가 되자 주민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문 전 대통령 퇴임 100여 일 만에 대통령 경호처가 경호구역을 확대하는 등 문 전 대통령 경호를 강화하면서 평산마을은 다시금 평온을 찾으려 한다.
경호처는 지난 22일 0시부터 사저 경호구역을 기존 사저 울타리에서 울타리부터 최장 300m까지 넓혔다. 밭을 사이에 두고 사저에서 약 100m 정도 떨어진 반대 단체와 유튜버들의 단골 집회, 방송 장소 역시 경호구역에 포함됐다.

확대된 경호구역에는 집회 자체를 막기는 힘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대신 욕설·폭언 등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험물질 반입을 제한 할 수 있는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

경호구역 첫날부터 경호처 직원들이 소란을 피울 가능성이 있는 반대단체 회원, 유튜버들을 경호구역 밖으로 강제로 내보냈다.

문 전 대통령 귀향 후 사실상 처음으로 마을이 조용해졌다.

사저 관계자는 "사저에서 소음이 잘 들리지 않게 되면서 문 전 대통령, 김정숙 여사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저와 가까운 평산마을 주민들도 집 앞마당에서 농작물을 다듬거나 밭일에 나서면서 일상 회복에 들어갔다.

소음·욕설을 피해 아침 일찍 마을 아래쪽 마을회관 경로당으로 피신 갔던 어르신들도 집에 머물며 집안일을 하기 시작했다.
사저와 이웃한 불곡도예 박진혁 도예가는 "집 밖에 너무 소란해 그동안 도자기를 만들 수 없었는데 이제 작업을 해도 될 듯하다"며 "마을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다 이웃마을로 전입해 출퇴근 집회를 하고 문 전 대통령 부부에게 모욕성 발언과 협박, 사저 비서관 흉기 위협 등을 일삼은 장기 시위자 1명이 지난 23일 시위자 중 처음으로 검찰에 구속 송치되면서 평산마을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아직 살얼음판 같은 평온이다.

스피커, 확성기를 빼앗겼지만, 반대 유튜버들은 사저 맞은편 경호구역 내에서 스마트폰, 삼각대만 챙긴 채 여전히 인터넷 방송을 한다.

스피커, 확성기를 반입하지 못하니 "문재인을 체포하라"며 고함을 친다.

경호구역 밖 집회 신고가 잇따르는 점도 주민들에게 걱정거리다.
경호구역이 넓어진 지난 22일부터 반대단체 5곳, 지지단체 2곳이 차례로 경호구역 밖 아래쪽 평산마을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했다.

아래쪽 평산마을은 사저가 보이지 않지만, 사저 쪽보다 가구 수가 더 많다.

확성기, 스피커를 동원한 집회를 하면 소음 영향을 받는 주민이 더 늘어난다.

평산마을과 이웃한 서리마을, 지산마을까지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벌써, 서리마을 일부 주민은 "문 전 대통령은 평산마을에 있는데 왜 우리가 피해를 봐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를 한다.

서리마을, 지산마을 찻집·음식점 업주들은 집회 소음이 장사에 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한다.

평산마을 주민들은 보수단체가 이웃 주민들을 이간시키려고 집회를 강행하려 한다고 우려했다. 평산마을 한 주민은 "문 전 대통령을 괴롭히지 못하니, 마을 주민들을 못살게 굴려고 집회를 하려는 것 같다"며 마을끼리 갈등이 생길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