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얘들아, 아침 먹자!…등굣길 빵 나눔 '행복 베이커리'

김쌍식 제빵사, 십수년째 빵 나눔 선행…"아이들은 특히 잘 먹어야"
'돈쭐' 후원금에 사비 보태 다시 기부…"취업 어려운 장애인 돕고파"
'배고프지? 아침밥 굶지 말고! 하나씩 먹고 학교 가자. 배고프면 공부도 놀기도 힘들지용!'
경남 남해군 남해초등학교 인근 빵집 '행복 베이커리' 앞에는 매일 아침 등굣길 식사를 책임지는 진열대가 생긴다. 아침을 챙겨줄 사람이 없어서, 늦잠을 자서, 집안 형편 때문에… 가지각색의 사연으로 진열대에 쌓아둔 빵이 하나씩 사라진다.

카스텔라를 꼭 쥔 작은 손이 빵집 안을 향해 팔랑팔랑 흔들리며 고마움을 전한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따뜻한 눈으로 인사 건네는 한 사람. 행복 베이커리의 제빵사 김쌍식(49) 씨다.
2019년 10월 행복 베이커리를 개업한 김씨는 이듬해 4월 등굣길 빵 나눔을 처음 시작했다.

3년째를 맞은 나눔은 거의 매일 거르지 않고 이어졌다.

평소에는 80개 내외, 방학 때면 20개 내외의 따뜻한 빵이 진열대에 오른다. 김씨의 유년 시절은 배고픔과 함께였다.

좋지 않은 형편에 굶은 날이 많았던 그는 '언젠가 배고픈 사람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항상 갖고 있었다고 했다.

김씨는 "지금은 끼니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굶는 사람들이 있다"며 "한창 자라는 아이들은 특히 잘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골이 된 아이들은 하굣길 빵집에 들러 온갖 수다를 늘어놓고 집으로 돌아간다.

남모를 아픔까지 털어놓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그는 "3년째 아침을 챙기다 보니 아이들과도 매우 친해졌다"며 "초등학생이었던 아이가 훌쩍 자라 중학생이 된 걸 보면 보람 있다"며 웃었다.

김씨는 이어 "근처 학교 교사보다 더 많은 아이에게 인사를 받는다"며 "수줍은 성격이든 대범한 성격이든 아이들은 고마움을 전할 줄 알고, 그 모습을 보면 더 잘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의 선행은 행복 베이커리가 시작은 아니다.

20년 전 마트 입점 매장으로 빵집 운영을 시작해 장애인단체, 경로당 등에 매년 2천만원 상당 빵을 기부해왔다.

십수 년 넘게 이어진 선행이 알려지면서 그는 작년 'LG 의인상'을 받았다.

그는 "'돈쭐'(돈과 혼쭐을 합친 속어) 내겠다며 구매 금액 이상 돈을 내거나 거절했는데도 현금이 든 봉투를 두고 도망치는 사람들이 있다"며 선행을 응원하는 어른들에게도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응원의 의미로 받은 현금은 1년 만에 600만원 가까이 모였다.

김씨는 사비를 보태 2천300만원 상당을 저소득층 학생 지원 단체나 장애인센터 등에 기부했다.

그는 "상을 받고 방송에 나오면서 돈에 대한 압박이 크게 줄었다"면서 "돈으로 도움을 주고 싶은 곳에 기부할 수 있으니 또 뿌듯하다"며 미소 지었다.

김씨는 70살까지 행복 베이커리를 운영하며 등굣길 빵 나눔을 이어가는 게 목표다.

그는 "여유가 된다면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기술을 투자해 사회적 기업 형태로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질문에 답하면서도 분주하게 밀가루를 채로 걸러내던 그의 손에서 뚝딱 반죽 한 덩이가 완성됐다. 동료와 나눠 먹기 위해 구매한 빵은 달콤함 이상의 사랑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