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뿔 넘버나인' 상위 0.1% 한우, AI기술로 키운다

화승 계열 푸드테크 여덟끼니 정용한 대표
"최상의 맛 구현할 한우 생산 기술 개발"
상위 0.1% 품질 27마리 인공수정 성공
정용한 여덟끼니 대표/ 사진= 허문찬 기자
"최상의 품질인 '투뿔 넘버나인(1++ No.9)' 한우를 도축 후 최적의 숙성프로그램을 거쳐 구운 스테이크의 맛은 기존 것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상위 0.1%만 나오던 초프리미엄 한우를 생산·가공할 수 있는 표준화된 기술을 개발해 소비자들이 직접 맛 볼수 있게 하겠습니다."

정용한 여덟끼니 대표(사진)는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달 상위 0.1% 품질의 한우 유전자를 선별해 암소 27마리에 인공수정으로 수정란을 착상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여덟끼니는 화승그룹 계열 푸드테크 기업으로, 지난해부터 서울대학교과 함께 '초프리미엄 명품 한우'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축산물 이력제 등 소고기의 위생과 안전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왔다. 상대적으로 '한우의 맛'을 상향시키는 연구는 미흡했다는 게 정 대표의 생각이다. 정 대표는 "일본은 이미 와규 종아리에 마블링(근내지방)을 넣는 기술까지 개발할 정도로 맛과 관련한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돼왔다"며 "한국은 한우의 사육방법 등에 대한 정밀한 데이터가 없어 농장주 개인에 의존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종자선별부터 사육-생산-가공-유통에 이르는 전 주기를 유전자별로 관리해 최상 품질의 한우를 만드는 기술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인공수정 성공을 통해 첫 단추는 끼웠다.

다음 단계로 각 종자별 유전적 특징을 고려해 사료·사육 환경을 적용하는 '정밀 사양'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농장 환경의 변화나 소의 이상 상태를 감지하고 소의 종자와 소의 활동에 따라 개별적으로 최적의 사료 프로그램을 적용한다. 스마트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국내 클라우드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메가존클라우드와도 손을 잡았다. 정 대표는 "종자에 따라 사료의 종류와 양을 다르게 적용할 뿐 아니라 소가 앉고 서 있는 시간까지 계산해 맞춤형 사료프로그램을 짠다"며 "표준화된 데이터가 있으면 종자별 최고 품질 한우의 생산비율을 대폭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여덟끼니의 실험은 최소 4~5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스타트업에겐 적지 않은 비용 부담이 뒤따른다. 인공수정에 성공한 후 10개월 임신기간을 거쳐 송아지가 태어나면 도축 연령까지는 30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정 대표는 "여덟끼니의 경우 외식사업으로 현금이 유입되고 있어 이 같은 긴 호흡의 연구개발(R&D)이 가능한 것"이라며 "원물 관리부터 소비자의 식탁까지 높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팜투테이블(Farm to Table)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여덟끼니는 서울 강남 압구정동에 커스텀잇이라는 스테이크 그로서란트(그로서리+레스토랑)를 운영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인 하프커피도 여덟끼니가 운영하는 브랜드다. 하프커피는 직영매장 10개에서 150만잔이 팔린 '버터크림라떼'로 유명하다. 하프커피는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펙투스컴퍼니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정 대표는 광고회사 신사업부에 근무하다 2011년 외식사업에 뛰어들었다. 2015년 외식 플랫폼을 운영하는 여덟끼니를 창업했다. 2019년 아디다스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로 유명한
화승인더스트리에 지분을 매각한 이후에도 여덟끼니의 경영을 맡고 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