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의 기술과 금융] 日·스위스·덴마크, 마이너스 금리 지속할 수 있을까

물가급등에 달러패권 위험성 부각
'중앙은행디지털화폐' 도래 눈앞에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주요국 중 1위 수준이다. 비율이 더 높은 국가는 없나? 소규모 도시국가로 독자적인 자국화폐를 사용하는 복지국가이며 마이너스 금리를 여전히 사용하는 국가가 주인공이다. 스위스와 덴마크 이야기다.

한국과 이들 국가의 높은 가계 대출은 부동산 가격의 높은 상승과 이에 따른 대출 증대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주택가격 상승이 가계부채 증가를 유발하고, 가계부채 증가가 주택가격 상승을 지속시켰다. 덴마크는 2012년, 스위스는 2014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당시 스위스는 유로화 대비 높은 통화가치 상승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다양한 물품을 수입하는 소규모 개방형 국가라 통화 강세 지속은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인플레이션율은 -1.31%(2015년), -0.01%(2016년), 0.84%(2017년), 0.69%(2018년)를 기록했다. 경제를 활성화하고 수출 증가를 위해 금리 인하와 환율 인하를 시도했는데 부동산 시장에서 부작용이 발생했다.
2015년 가계부채 1위 국가였던 덴마크 역시 주택가격 상승으로 위기의 순간에 봉착했다. 소비자 물가가 낮고 경제성장률이 둔화한 가운데 부동산 가격만 올랐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민간 부문의 투자는 부진하고 부동산 가격만 상승하자 국제통화기금(IMF)은 덴마크에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덴마크 은행은 2019년 세계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 주택담보대출까지 내놨다. 모기지 대출을 받으면 이자를 내지 않고 빌린 원금보다 적은 금액을 상환하면 된다니 어안이 벙벙할 노릇이다. 최근 인플레이션 대응으로 빅스텝(0.5%포인트)의 금리를 인상한 스위스, 덴마크의 기준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0.25%)이지만, 추가 금리 인상으로 마이너스 금리는 사라지고 주택가격 조정 가능성은 높아졌다.

이들 국가 외에 마이너스 금리가 존재하는 나라는 일본이다. 덴마크와 스위스의 마이너스 금리는 예금을 하거나 채권을 매입할 때 대가로 이자가 아니라 일종의 보관료로 수수료를 낸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반면, 일본은 양적완화로 인해 풀린 유동성이 중앙은행에 예치금 형태로 남는 것을 줄이기 위해 -0.1%의 비용을 부과하는 것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로 인한 비용 전부를 고객과 예금자에게 물릴 수 없다. 은행 수익이 감소하면 신용 확대에 더욱 신중할 수 있어 정책 효과가 반감된다. 마이너스 금리는 중앙은행이 경제성장 전망을 비관적으로 본다는 신호로 작용할 수도 있다. 투자자와 은행이 소비나 투자하지 않고 자금을 쌓아 두는 것을 선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중앙은행은 7월 마이너스 금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서 금리로 경기를 뒷받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 2% 물가 목표’가 처음으로 달성될 전망으로, 물가가 공급 측면의 인상일 뿐이어서 경기회복 지표로 삼기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향후 물가상승에 따라 마이너스 금리를 폐지할 여지는 있다.그렇다면 마이너스 금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까? 디지털 세상에서 가상 자산 및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과 함께 중앙은행이 디지털 형태로 발행하는 법정 통화인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각국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인플레이션으로 마이너스 금리가 지금은 멀게 느껴지지만, 경기침체가 다시 온다고 생각해 보자. 혹자는 CBDC는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할 수 있어 내수를 부양하려 할 때 통화정책의 효과가 커진다고 분석한다. 장롱에 예치하는 실물 화폐가 없고 디지털 화폐를 가지고 있으면 손해니, 소비하게 될 수밖에 없긴 하겠다. 위기 상황에서 개인에게 직접 CBDC를 지급하는 ‘헬리콥터 머니 정책’도 쉽게 시행할 수 있다.

CBDC는 세계 기축 통화와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둘러싼 패권 경쟁의 양상으로 발전할 수 있으나 기존의 화폐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는 예단할 수 없다. 미국에서 41년 만에 최고 수준의 소비자물가 인상으로 큰 폭의 금리 인상과 중앙은행 자산 매각으로 달러패권의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다. 역사는 돌고 도는데 달라진 디지털 환경을 고려할 수밖에 없고 CBDC의 도래는 필연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