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전·부산 트램사업 '갈팡질팡'

사업 없애거나 재검토 나서
검증된 기술 놔두고
배터리·수소 트램 기다리다
시간만 낭비하는 지자체도

대구, 모노레일 방식으로 변경
대전, 예산 두배 늘자 재검토
부산, 비용부담에 국비 신청
지면급전 방식의 트램들이 유럽 도심을 누비고 있다. 한경DB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추진 중인 노면전차(트램) 건설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초 계획보다 예산이 더 늘어 사업을 폐기하거나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지자체가 늘고 있다.

이미 검증된 기술을 놔두고 상용화도 안 된 배터리, 수소 트램 도입을 기다리다 시간만 낭비하는 곳도 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공무원들의 행정 편의적인 사업 추진과 단체장의 업적주의가 맞물려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전국 광역자치단체에 따르면 대구시는 도시철도 순환선을 트램으로 추진하는 기존 안을 폐기하고 모노레일로 건설하는 방안으로 변경했다. 민선 7기 때 네 번째 도시철도인 총연장 30.1㎞의 순환선 트램을 시범 도입하기로 결정했지만 민선 8기에서 제동이 걸렸다. 트램의 실제 사업비가 예상 사업비를 훨씬 초과하고, 시가지에 트램을 도입할 경우 막대한 교통혼잡 비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사업 중단의 이유가 됐다.

시 관계자는 “트램 방식의 도시철도 순환선 계획안을 철회하고 2025년까지 모노레일 방식의 새로운 순환노선 구축을 위한 용역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대전도 사정은 비슷하다. 트램 사업을 대체하진 않지만 예산이 두 배 더 늘었고 전력 공급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재검토에 들어갔다.

대전 트램 기본설계 결과 총사업비는 1조4837억원으로, 2020년 트램 기본계획 수립 당시 국토교통부가 승인한 7492억원보다 7345억원 늘었다. 물가·땅값 인상분과 급전시설 변경, 구조물 보강, 지장물 이설 비용, 정거장 10곳 추가 등이 작용했다. 급전 방식도 기존 배터리 방식에서 변경할 계획이다. 배터리로만 총 37.4㎞의 순환선을 달리기에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어서다.

시는 최근 국내외 트램 관련 회사들에 기술적인 보완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시는 지면급전(APS) 방식과 수소 트램 등에 대한 기술 검토에 들어갔다. 시 관계자는 “트램 착공이 2023년 상반기에서 2024년 상반기로 1년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부산 오륙도선 트램도 기존 470억원의 사업비가 최근 906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 기획재정부에 국비를 요청했지만 지원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울산시는 1조3316억원을 투입해 4개 노선, 연장 48.25㎞ 구간에 트램을 운행할 예정이다. 시는 다른 지자체의 트램 사업 폐기나 변경에 영향을 받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도심 내 핵심 시설을 연결하는 교통수단으로 수소 트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자체의 트램 사업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면급전 방식 등 해외에서 이미 검증된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수소나 배터리 등 상용화되지도 않은 기술만 기다리고 있어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신기술을 계속 기다리다가 국민 세금만 낭비하고 있다”며 “트램은 단체장의 업적보다 시민의 시각에서 편리성과 경제성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