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 매킬로이 '242억원 잭팟'…6타차 뒤엎은 짜릿한 역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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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한국시간) 미국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GC(파70·7346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의 챔피언조는 흡사 '다윗과 골리앗'같은 모양새였다. 키 190cm, 90kg의 거구 스코티 셰플러(26·미국) 옆에 선 175cm에 73kg의 로리 매킬로이(33·북아일랜드)는 유독 작고 왜소해보였다. 스코어도 6타나 뒤진 상태였다.
하지만 골리앗을 꺾는 다윗의 이야기가 다시 한번 실현됐다. 매킬로이는 이날 버디 6개, 보기 2개로 4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21언더파 263타를 기록하며 셰플러를 1타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우승상금 1800만 달러(약 242억 원) 잭팟을 터트리며 2016년·2019년에 이어 3번째 왕좌에 올랐다. 2007년 플레이오프제 도입 이후 타이거 우즈(46·미국·2승)를 넘서는 최다 우승 기록이다.
이번 대회에서 매킬로이는 그 어느때보다 다이내믹한 플레이를 펼쳤다. 1라운드를 시작하자마자 트리플보기와 보기를 연달아 범하며 4타를 잃었다. 페덱스컵 랭킹 보너스타수에 따라 선두 셰플러와 6타차로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10타 차이로 멀어졌던 셈이다.
이때 매킬로이가 떠올린 것은 한국 선수 김주형(20)이었다. 그는 "톰 킴(김주형)이 시즌 최종전 윈덤 챔피언십 첫홀에서 쿼드러플보기를 기록했지만 결국 우승하며 PGA투어 카드까지 거머쥔 일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이후 이글1개를 비롯해 줄버디를 몰아치며 결국 3언더파로 경기를 마친 그는 2라운드부터 추격에 속도를 냈다. 6타차 2위로 맞은 최종라운드, 셰플러가 전반에만 보기 3개를 기록하며 매킬로이에게 기회가 왔다. 그사이 매킬로이는 3타를 줄이며 빠르게 따라잡았고 후반에 1타차 선두를 지키는데 성공했다. 그는 “1라운드 초반만 해도 10타까지 뒤졌지만 골프는 모를 일이었다. 몇 타 뒤지든, 앞서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게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매킬로이의 스윙은 프로 선수들도 교본으로 삼을 정도로 완벽하다고 평가를 받는다. 빠른 스윙 템포에 완벽한 밸런스를 유지하며 한치의 흔들림없는 그의 피니시 자세는 한폭의 그림같다. 작은 체구에서도 폭발적인 비거리를 뿜어낸다. 올 시즌 그의 비거리 평균은 320.4야드, PGA투어 2위다. 우즈를 잇는 차세대 황제로 꼽히는 이유다.
이날 우승으로 매킬로이는 투어 통산 22승을 거뒀다. 특히 올 시즌의 갈증을 한방에 날렸다는 점에서 그에게는 더욱더 뜻깊은 승리였다. 시즌 3승, 7번의 톱5. 성적으로보면 꽤 괜찮은 수치이지만 2014년 PGA챔피언십 이후 8년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올리지 못했던 답답함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류스 올드코스에서 열린 디오픈은 그에게 뼈아픈 상처를 남겼다. 공동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그는 우승을 다 잡은듯 했지만 결국 3위에 그쳤다. 150번째 대회, 골프의 고향인 세인트앤드류스 올드코스에서 열린 역사적 대회의 주인공이 될 기회를 거의 잡았지만 캐머런 스미스(호주)에게 역전패당하고 말았다. 매킬로이는 그 어느때보다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디오픈 이후 한동안 투어 활동을 쉬었고 골프채는 물론 그 어떤 운동도 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우승이 확정된 뒤 매킬로이는 경쟁자 셰플러에 대한 찬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셰플러는 최고의 선수다. 그는 마스터스 챔피언이고, 나는 페덱스컵에서 우승했다. 그는 존경스러운 선수"라고 말했다. PGA투어 수성의 선봉답게 LIV골프에 대한 발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세계 최고 선수 2명이 최고 투어에서 우승을 다퉜다. PGA 투어와 선수들을 믿는다. 골프를 하기에 한계가 없는 최고의 투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