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사무소 발령받아 고향 온 조카에요" 노인들 등친 60대

"이삿짐대금 치르게 돈 빌려달라" 친·인척 빙자해 금품 편취
"저 기억하시죠? 조카가 이번에 면사무소 발령받아서 고향 내려왔어요. "
A(67)씨는 지난달 28일 전남 무안군에 홀로 사는 B(92) 할머니 집에 찾아가 선뜻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본 낯선 얼굴에 잠시 갸우뚱하던 B 할머니는 A씨가 자신을 조카라고 소개하자 출향한 먼 친척 중 한 명인 줄 알고 반갑게 맞이했다.

A씨는 당연히 집안 어른께 인사부터 해야 한다며 연신 서글서글한 미소로 할머니를 대했다. 그는 "이삿짐센터 차량이 곧 올 건데 현금을 미처 못 찾았다.

인부에게 줄 돈을 빌려주시면 금방 돌려드리겠다"고 할머니에게 수십만원을 요구했다.

공무원인 조카가 은행에 가기 여의치 않아 하는 부탁이라고 여긴 B 할머니는 쌈짓돈 60만원을 A씨 손에 쥐여줬다. 그러나 가족들과 다시 인사 오겠다던 A씨는 그 뒤로 종적을 감췄다.

전남 무안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A씨를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7일까지 무안 일대에서 80∼90대 노인 3명에게 총 90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실제로는 전혀 연고가 없는 마을들을 다니며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과거에도 먼 친·인척을 빙자해 홀로 사는 시골 노인들에게 돈을 뜯은 것으로 알려졌다.

먼 친척이라도 가족처럼 대해주는 시골 인심을 악용한 A씨의 범행은 뒤늦게 덜미를 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홀로 사는 노인을 찾아가 환심을 산 뒤 돈을 빌리거나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물품을 파는 사례가 종종 있다. 주의를 기울여주시고 피해를 당하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