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두 교황'에는 없는 감동·여운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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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연극 '두 교황'의 주인공 정동환·서상원손가락 몇 번 까딱이면 안방에서 원하는 영화·드라마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시대다. 티켓을 예매할 필요도, 차려입을 옷을 고민할 필요도, 공연 시간 맞추려 애먹을 필요도 없다. 이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전성시대’에 연극을 봐야 하는 이유는 뭘까. 세계 최대 OTT업체인 넷플릭스 영화로도 만들어진 연극 ‘두 교황’의 주인공 정동환(73)과 서상원(55)을 만난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2013년 실화 기반한 연극 작품
보수적·원칙적인 베네딕토 16세
진보적인 프란치스코 '대립각'
베네딕토, 사상 첫 자진 퇴위 결정
프란치스코 안으며 "친구여" 화해
"관객들이 의미 곱씹어 봤으면"
넷플릭스 시대, 연극 보는 이유?
"연극이 더 극적이고 현장감 있어
감동·여운의 차이 확실히 느낄것"
"교황 일화 다뤘지만 종교극 아냐
비종교인에게도 큰 울림 줄 것"
“영화보다 더 극적인 감동 줄 것”
최근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한 인터뷰에서 정동환이 내놓은 답은 이랬다. “영화와 연극의 가장 큰 차이는 현장감입니다. 미리 만들어놓은 영화와 달리 연극은 배우와 관객이 소통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작품입니다. 그러니 관객들이 받는 감동도 크고, 여운도 오래 남을 수밖에요. 영화 ‘두 교황’을 본 다음 연극을 보면 그 차이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을 겁니다.”30일 한전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연극 두 교황은 2013년 가톨릭 사상 최초로 자진 퇴위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의 뒤를 이어 즉위한 교황 프란치스코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2019년 영국에서 초연했다. 해외 라이선스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동환은 남명렬과 함께 교황 프란치스코 역을, 서상원은 신구·서인석 등과 교황 베네딕토 16세 역을 맡았다.두 배우는 “영화를 능가하는 감동을 선사하겠다”며 자신만만했다. 영화 두 교황은 아카데미상과 골든글로브 후보에 오르는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서상원은 “메인 스토리는 비슷하지만 영화에 없는 인물이 나오는 등 세부 내용은 다소 다르다”며 “무대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다 보니 배우의 움직임이나 대사가 영화보다 극적으로 표현된다”고 말했다. 정동환은 “똑같은 대사라도 무대 언어로 표현했을 때만 줄 수 있는 (살아 숨 쉬는) 느낌이 있다”며 “같은 배우가 나와도 공연마다 느낌이 다른 것도 연극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라고 했다.
“비종교인도 웃고 울 수 있는 공연”
두 사람은 “사실상 2인극 형태라 대사 부담이 컸다”고 입을 모았다. 외워야 할 대사량이 많다 보니, 개막 직전엔 매일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연습했단다. 정동환은 “대본을 2~3개월 전에 미리 받아 소설처럼 여러 번 읽었다”며 “단순히 대사를 외우는 게 아니라 몸에 스며들게 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인 서상원은 실존 인물인 베네딕토 16세와 40년 나이 차를 메우기 위해 흰 가발을 맞추는 등 분장에 신경 쓴다고 했다.서상원은 두 교황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보수적 원칙주의자인 베네딕토 16세가 극 막바지에 진보 성향의 프란치스코에게 “친구여”라고 말하며 처음 포옹하는 장면을 꼽았다. 서상원은 “극 내내 일정한 거리감을 두던 두 사람이 화합하는 장면인데, 관객들이 그 의미를 잘 곱씹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두 배우가 한 무대에 오르는 것은 26년 만이다. 1996년 극단 미추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올린 연극 ‘둥둥낙랑둥’에서 ‘호동왕자’(정동환)와 그의 측근 ‘난쟁이’(서상원)로 함께 연기한 게 마지막이었다.
두 사람은 이 연극의 주인공은 가톨릭 교황이지만, 종교적으로만 볼 내용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동환은 관객들이 ‘열린 눈’으로 연극을 관람하기 바란다고 했다.“극 중 베네딕토 16세가 프란치스코에게 ‘너를 통해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다시 들었어’라고 말합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사물을 바라볼 때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고, 그 덕분에 한층 더 성숙할 수 있다는 의미죠. 이런 대사는 비종교인에게도 큰 울림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곱씹어볼 만한 대사들을 재미있고 유쾌한 연출을 통해서 전달하는 만큼 러닝타임 내내 웃고 울다 갈 수 있는 공연이라고 자부합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