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타차 뒤집은 '작은 거인' 매킬로이…"김주형 떠올리며 포기 안 해"

페덱스컵 투어챔피언십

첫날 4타 잃어 선두에 10타 뒤져
"윈덤대회 대역전한 김주형 떠올려"
최종일 6타 앞선 셰플러에 역전극
29일(한국시간) 미국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GC(파70·7346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의 챔피언조는 ‘다윗과 골리앗’을 연상케 했다. 키 190㎝에 몸무게 90㎏인 스코티 셰플러(26·미국) 옆에 선 로리 매킬로이(33·북아일랜드·175㎝·73㎏·사진)는 이날 따라 유독 작아 보였다.

이날 승리의 여신은 다윗을 찾았다. 매킬로이는 셰플러보다 6타 뒤진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한 타 차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매킬로이는 이날 버디 6개, 보기 2개로 4언더파 66타를 쳐 최종합계 21언더파 263타를 기록했다. 우승상금으로 1800만달러(약 242억원)를 거둬들였다. 그가 투어 챔피언십 왕좌에 오른 건 2016년·2019년에 이어 세 번째다. 타이거 우즈(46·미국·2승)를 넘어 최다 우승 기록이다.이번 대회에서 매킬로이는 그 어느 때보다 다이내믹한 플레이를 펼쳤다. 1라운드를 시작하자마자 트리플보기와 보기를 연달아 범하며 4타를 잃었다. 페덱스컵 랭킹 보너스타수에 따라 선두 셰플러와 6타 차로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10타 차이로 멀어졌던 셈이다.

이때 매킬로이가 떠올린 사람이 김주형(20)이었다. 그는 “톰 킴(김주형)이 시즌 최종전 윈덤 챔피언십 첫 홀에서 쿼드러플보기를 기록했지만 결국 우승하며 PGA투어 카드까지 거머쥔 일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이후 이글 1개를 비롯해 줄 버디를 몰아치며 결국 3언더파로 경기를 마친 그는 2라운드부터 추격에 속도를 냈다.

6타 차 2위로 맞은 최종 라운드. 셰플러가 전반에만 보기 3개를 기록하며 매킬로이에게 기회가 왔다. 그사이 매킬로이는 3타를 줄이며 빠르게 따라잡았고 후반에 1타 차 선두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그는 “1라운드 초반만 해도 10타까지 뒤졌지만 골프는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매킬로이의 스윙은 프로 선수들도 교본으로 삼을 정도로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체구는 작지만 폭발적인 비거리를 뿜어낸다. 올 시즌 그의 비거리 평균은 320.4야드, PGA투어 2위다. 우즈를 잇는 차세대 황제로 꼽히는 이유다.

우승이 확정된 뒤 매킬로이는 경쟁자 셰플러에 대한 찬사를 잊지 않았다. 그는 “셰플러는 최고의 선수”라고 말했다. PGA투어의 수호신답게 LIV골프에 대한 발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세계 최고 선수 2명이 최고 투어에서 우승을 다퉜다. PGA투어와 선수들을 믿는다. 골프를 하기에 한계가 없는 최고의 투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