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中공장에 '반도체 장비' 반입되나

한·미 '수출통제 韓 제외' 협의
상무부 "한국기업 영향 없을 것"

美 11월 중간선거까지 변수 남아
정부 "채널 유지…대화 진행중"
중국을 대상으로 한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통제와 관련해 중국 내 한국 기업은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한·미 양국이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공급망 갈등에 따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29일 정부와 대통령실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미국 상무부와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상교섭본부가 ‘한국 기업은 수출 통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내용을 미국 측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미 상무부 역시 한국 측에 “중국 내 한국 기업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산업부 관계자는 “수출 통제 관련 채널이 계속 유지되고 있고, 한·미 간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 통제 문제는 칩4 동맹(한·미·일·대만 4개국 반도체 협의체)과는 별개의 테이블에서 논의되고 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자국 내 반도체 장비 업체에 14㎚ 이하 미세공정을 적용한 제조장비 수출을 통제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기존 10㎚ 이하 제조장비에 적용됐던 수출 통제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1㎚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며 선폭이 줄수록 정보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이 같은 조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중국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한국 기업에 타격이 될 수 있다. 우리 기업이 14㎚까지 개발한 D램 설비를 중국에 반입하지 못한다면 현지 공장의 경쟁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중국 내 설비투자 누적액은 총 200조원이 넘는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 쑤저우에 테스트·패키징(후공정) 공장을 두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공장, 충칭에 후공정 공장, 다롄에 낸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 완공이 예정된 평택캠퍼스 3공장에서 우선 14㎚ D램을 생산할 계획이다.

변수는 미국의 국내 정치 일정이다. 미국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반도체 수출장비 통제와 관련된 시행령은 중간선거 뒤인 올 연말 구체화될 것으로 외교가는 내다보고 있다. 미국 내 반중 정서를 고려하면 선거 전에는 수출 통제를 완화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 중간 선거가 끝나면 우리 측 요구가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그 전까지 정부는 우리의 의견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노력을 쌓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인엽/김소현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