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중흥 등 5곳, 위장 계열사 동원해 공공택지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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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벌떼입찰로 낙찰받은 공공택지, 제재·환수 검토"국토교통부가 ‘벌떼 입찰’ 수술 의지를 밝힌 것은 호반, 중흥 등 특정 건설사의 공공택지 싹쓸이 현상이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에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파고들면 충분히 근절할 수 있는데 그동안 관행이라고 그냥 넘어갔다”며 “이번에는 공정하게 필지를 공급할 수 있는 제도를 강도 높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벌떼 입찰 업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조치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2021년 178필지 입찰
대방·제일 등이 40% 낙찰받아
벌떼입찰로 폭풍 성장
호반, 2012년 32위 →작년 13위
중흥도 347위서 17위로 껑충
업계 "1社 1필지로 제한해야"
주택협 "투명한 응찰시스템 필요"
원희룡 "공정위 제소 등 검토"
갈수록 개발 가능한 공공택지가 줄어드는 와중에 벌떼 입찰을 통해 편법 낙찰을 일삼는 특정 건설사들에 대한 업계의 시선도 곱지 않다.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 대형 건설사들은 위장 계열사를 통한 벌떼 입찰에 대해 “대형사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호반건설, 5년간 택지 낙찰 1위
이날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부를 상대로 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심사 전체회의에서 공개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입찰 관련 업체 당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2017~2021년)간 호반 대방 중흥 우미 제일 등 5개 건설사는 총 178필지의 공공택지 중 67필지(37%)를 낙찰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많이 낙찰받은 건설사는 호반건설로 18필지에 달했다. LH가 이 기간 공급한 전체 공공택지의 10분의 1을 호반 한 회사가 가져간 것이다.호반건설에 이어 우미건설이 17필지(25.3%), 대방건설이 14필지(20.8%), 중흥건설이 11필지(16.4%), 제일건설이 7필지(10.4%)의 택지를 집중적으로 분양받았다.호반 등 주요 건설사가 LH 공공택지를 대거 낙찰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이 거느린 계열사를 통해 물량 공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주요 5대 건설사가 거느린 계열사를 보면 △호반 36개 △중흥 47개 △대방 43개 △우미 41개 △제일 19개로 총 186개나 된다. 최근 3년간 LH 공공택지 낙찰 업체 101개보다 많은 수다.
국토부와 LH가 최근 3년간 공공택지 낙찰 업체 총 101개사에 대해 실시한 ‘벌떼 입찰 특별점검’ 주요 적발 내용을 살펴보면 택지 청약 시 한 회사의 동일한 컴퓨터에서 복수의 계열사가 입찰에 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 수가 많은 건설사가 유리한 구조였던 셈이다.
택지지구 입찰로 사세를 키우면서 이들 5개 건설사의 도급 순위도 급상승했다. 강 의원 측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호반건설은 업계 순위 13위(2012년 32위), 중흥건설은 17위(2012년 347위)로 10년 새 껑충 뛰었다.
업계 “1사 1필지” 적용해야
정부는 이참에 불공정 관행을 제대로 손보겠다는 입장이다. 원 장관은 “입법으로 문제를 고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큼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등 다각도의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수차례 문제를 제기해온 건설업계는 대형사를 중심으로 공동주택용지를 입찰할 때 계열사를 포함해 1사 1필지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산업본부장은 “선정된 업체는 감사보고서를 통해 필지에 계열회사 응찰 여부를 적시하도록 하는 안을 당국에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묵살됐다”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투명하게 응찰 현황을 검증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1사 1필지 입찰 규정 신설에 대해 최근까지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막는 규제 강화 정책이 될 수 있고 중소 건설업체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벌떼 입찰 논란에 휩싸인 해당 건설사들은 말을 아끼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국회 질의에서 거론된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계열사 입찰을 처음부터 못 하게 한 것도 아닌 데다 적법한 절차를 지킨 입찰 과정이었다”며 “수차례 유찰된 택지를 불하받아 전국 주택 공급에 기여한 중견 건설사의 노고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