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세계 경제 변곡점 지나는 중…새 투자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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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자산운용 경제 전망미국 자산운용사 골드만삭스자산운용(골드만삭스)이 신규 투자 전략을 제시했다. 현재 경제가 변곡점에 놓여 있어 투자 방식을 바꿔야 항 시점이라는 제언이다.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위기 등으로 인해 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 시대 저물고 금리 인상 지속
투자 포트폴리오 방어적으로 바꿔야
"초과수요 덕에 원자재 시장도 유망해"
○금리인상기엔 투자 전략 바꿔야
29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전날 보고서를 내며 세계 경제가 변곡점(inflection point)에 놓여있고 앞으로 투자방식이 크게 변할 거라고 전망했다. 올해 들어 기준금리가 급상승하며 저금리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리기 시작해서다.골드만삭스는 앞으로 금리가 계속 상승할 거라고 진단했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공급망 차질 등 경제적 요인을 비롯해 기후변화에 관한 민감도, 지정학적 불안정성, 탈세계화 등으로 인해 금리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줄리안 샐리스버리와 루크 사스필드 골드만삭스 글로벌 공동 대표는 보고서를 통해 “이 모든 것은 시장 변동성을 높이고 불확실성을 증대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새로운 환경에서는 최근 수 십년간 잘 작동했던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가 앞으로 효과가 떨어질 수 있는 만큼 투자전략을 새로 구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 전략이 과거와 크게 달라질 거란 주장이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골드만삭스는 포트폴리오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상황에 휘둘리지 않는 업체를 선별하라는 것이다. 우선 안정적인 수요와 실적, 주가 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 ‘방어주’에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안전한 투자를 위한 3가지 전략
방어주에 관한 관점부터 달라질 거라고 내다봤다. 과거 전기, 수도, 가스 등을 포함한 유틸리티주와 필수소비재, 헬스케어주가 방어주로 분류됐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총매출 중 내수 시장 비중이 크고,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위기로부터 리스크가 크지 않은 기업이 새로운 유형의 방어주가 될 거라 전망했다.올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정보기술(IT) 업체도 간과하지 말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체로 IT업체들은 성장주로 여겨진다. 투자자들은 주로 미래 가치를 투자 기준으로 삼았다. 지난 2년간 적자 기업이더라도 IT업체 주가가 상승했던 이유다.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금리 인상과 비용상승을 감수할 수 있는 기업을 찾으라고 제안한다. 골드만삭스는 “재무 상태가 견고한 데다 영업이익률이 높고 강력한 잉여현금흐름(FCF)을 갖추고 부채비율이 낮은 기업에 골라야 한다”며 “이런 조건은 국내는 물론 세계에 통용되는 방식이다”라고 설명했다.IT업체 투자 전략도 바꿀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술 혁신에 대해 균형 잡힌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성장주인 소프트웨어 업체와 가치주인 반도체 장비 업체에 동일한 비율로 투자하라는 조언이다. IT업체 중 재정 위기에 처한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S&P500 지수에 편입된 업체 중 70%가 부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커질 수 있지만 단기에 파산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투자자들이 벤치마크(시장 기준 수익률)를 웃도는 업체에만 자본을 쏟지 않고 현재 평가절하된 기업을 탐색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부채상환능력이다. 고금리 시대에 접어들면 기업들의 리파이낸싱(재융자)이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불어난 이자 비용 탓에 실적은 악화하고 기업가치가 축소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눈여겨볼 수치로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를 이자 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을 꼽았다. 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을 확인하는 지표다.주식을 비롯해 원자재 투자도 확대하라는 전망도 내놨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없고 원자재 시장에서 초과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S&P GSCI 상품지수의 1년 수익률 전망치를 38.8%로 상향 조정했다. 에너지 부문 지수에 대해선 1년 수익률이 51.7%에 달할 거라고 예견했다.
사빈 쉘 골드만삭스 상품전략가는 “수 십년 만에 원자재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상황이다”라며 “경기침체 여파로 소비가 둔화하는 상황은 유럽에 국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