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난방보다 '온수 경쟁'…성수기 앞두고 맞붙은 경동-귀뚜라미

"미리 배관 데워 빠르게 온수 공급"보일러에 AI·IoT 접목
30평대도 욕실 2개…온수 수요 증가에 바뀐 보일러 패러다임
"겨울철만 수요 큰 난방과 달리 온수는 사계절내내 수요"
경동나비엔의 신제품 '나비엔 콘덴싱 온 AI'(왼쪽)와 귀뚜라미의 신제품 ‘거꾸로 ECO 콘덴싱 L11 가스보일러’(오른쪽)
보일러업계 '맞수'인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가 가을철 성수기를 앞두고 온수 기능을 강화한 신제품을 내놓으며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보일러 기능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점차 난방에서 온수 기능 중심으로 바뀌면서 온수 사용시 불편했던 점들을 대거 개선한 제품들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기존 보일러 온수기능의 단점은 온수가 빨리 나오지 않는 다는 점이다. 온수 배관에 있는 차가운 물을 버리고 적정 온도로 데워질 때까지 물을 틀고 10~20초 가량 기다려야하는 불편이 있었다. 배관 길이가 긴 넓은 주택의 경우 1분이상 기다려야 하는 사례도 많다. 과거와 달리 30평형 아파트에도 대부분 욕실을 2개 갖추는 등 온수 수요는 나날이 커지고 있는 데 비해 온수 용량이 따라오지 못한 것도 문제다. 예컨대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면서 동시에 세탁기를 가동하는 등 온수를 한꺼번에 많이 쓰면 물이 차가워지는 문제가 있었다.경동나비엔은 '온수 가전'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내걸며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신제품 '나비엔 콘덴싱 온 AI'를 최근 출시했다. 대표적인 기능은 빠른 온수를 가능토록 한 '온수 레디 시스템'이다. 온수를 사용하기 전 '퀵 버튼'을 누르면 보일러가 샤워기 등 물을 사용하는 곳과 연결된 배관 속 물을 따뜻하게 데워 뜨거운 물이 바로 나오도록 돕는다. 기존 보일러에 비해 최대 93%이상 단축된 시간내 빠른 온수 사용이 가능하며, 온수를 기다리느라 버려지는 물의 양도 최대 94% 줄였다. 여기에 터보 펌프를 적용해 풍부한 온수 공급이 가능하게 했고 믹싱밸브를 통해 온도 유지 기능도 높였다.

귀뚜라미는 온수 기능을 강화하면서 운반과 설치가 편리한 슬림형 보일러 제품 ‘거꾸로 ECO 콘덴싱 L11 가스보일러’를 최근 출시했다. 보일러내 불꽃 크기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친환경 메탈화이버(금속 섬유) 버너를 도입해 대용량 온수는 물론이고 소량의 온수에서도 온도 유지 기능을 높였다. 특히 온수가 나올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불편을 해소하기위해 인공지능(AI) 센서가 사용자의 온수 사용패턴을 학습해 온수 배관을 예열해주는 '온수 플러스 시스템'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두 보일러업체는 온수기능을 강화한 제품을 이미 미국과 중국에서 출시해 성능을 검증한 바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통할거라 자신하고 있다. 업계 최초로 온수 증대형 보일러를 내놓은 린나이는 온수와 제어기능을 강화한 신제품을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다. 대성쎌틱 역시 온수기능을 강화한 신제품 출시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일러업계는 소비자의 보일러 선택기준이 난방에서 온수 성능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보일러업계 관계자는 "신축 주택일수록 단열재와 창호 성능이 뛰어나 난방 수요는 예전처럼 높지 않다”며 “겨울철에만 수요가 있는 난방 기능보다 사계절 내내 수요가 있는 온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업계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