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가던 JAL 살려낸 '경영의 神'…기업 성공 방정식 남기고 떠나다

'아메바 경영'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 별세

27세 때 300만엔 들고 창업
연매출 1.6조엔 기업으로 키워내
반도체·IT·이동통신 끝없는 도전
창사 63년간 단 한번도 적자없어

'2.3조엔 빚 폭탄' JAL 떠맡아
조직 세분화 '아메바 경영' 통해
1년도 안돼 부실 털고 회생시켜

日서 존경받는 3대 기업가 꼽혀
세계 기업인들의 '영원한 멘토'
사진=연합뉴스
‘경영의 신’으로 불린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이 향년 90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그는 파산 직전의 일본항공(JAL)을 기적적으로 회생시키면서 존경받는 일본 기업인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교세라는 30일 ‘이나모리 명예회장이 교토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일본 기업인들에게 귀감이 돼 온 교세라 창업자 이나모리 명예회장이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그는 파나소닉(옛 마쓰시타전기)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와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3대 기업가로 평가받는다.

이동통신 독점 깬 도전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27세가 되던 1959년 자본금 300만엔(약 3000만원)과 직원 28명으로 교토세라믹(현 교세라)을 창업해 연매출 1조6000억엔, 종업원 7만 명을 웃도는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세라믹 부품 제조업체로 출발한 교세라는 반도체 소재와 장비에서부터 스마트폰과 같은 정보기술(IT) 기기, 세라믹칼 등의 소비재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제조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변신한다. 이 같은 다각화를 기반으로 교세라는 창사 이후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그는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통신 분야 진출에 성공하면서 교세라는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일본 기업이 됐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1984년 KDDI(제2전신전화주식회사)를 설립해 본업인 세라믹 부품 생산과 전혀 무관한 이동통신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일본 내 최대 이동통신 시장은 NTT가 독점하고 있어 통신비가 매우 비쌌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독점보다 경쟁을 통해 통신비가 싸지면 국민에게 이로울 것이라고 생각해 사명감을 갖고 신사업에 도전했다”고 밝혔다. KDDI는 현재 일본 2위의 이동통신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평소 자신의 경영철학을 ‘전 종업원의 행복과 사회 전체의 진보 발전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밤낮없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던 창업 멤버들이 그에게 단체교섭을 요청하자 복지 등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나모리 가즈오 1932 ~ 2022

아메바 경영으로 JAL 회생시켜

그가 2010년 일본 정부의 요청으로 당시 망해가던 JAL의 구원투수로 등판해 13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시킨 것은 일본 경영사의 신화 같은 사례다. 2010년 1월 JAL은 2조3000억엔이라는 일본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부채를 안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파산 상태나 다름없던 JAL은 이나모리 명예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지 1년 뒤 180도로 달라졌다. 매출 1조4000억엔, 1884억엔의 영업이익이라는 최고 실적을 내면서 극적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2012년 9월에는 2년8개월 만에 도쿄증시에 재상장했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직원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아메바 경영’을 추구했다. 아메바 경영은 그가 1965년 고안한 시간당 채산제도가 시초다. 이후 교세라만의 독창적인 경영관리법으로 자리잡았다.아메바 경영은 조직을 아메바라고 부르는 10명 남짓의 소집단으로 나누는 데서 출발한다. 각 아메바는 리더를 중심으로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멤버 전원이 노력해 목표를 달성하는 구조를 갖춘다. 사원들이 주도적으로 경영에 참가하는 게 특징이다. JAL의 조기 정상화는 그가 추구하는 아메바 경영의 효율성을 세계에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일각에서는 그의 경영 스타일이 시대에 뒤처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그가 별세하기 직전 10여 년간 교세라의 성적표는 매우 부진했다”고 전했다. 이토 가즈노리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교세라에는 이제 현대에 걸맞은 경영 스타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