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그룹, 고려아연 지분 매수…두 가문의 지분경쟁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고려아연 지분 0.03% 확보
장형진 회장이 매입 주도
고려아연 지분매입용 SPC 세워
200억 자금확충...추가로 살듯
계열분리 과정 대비할까
고려아연
영풍그룹이 모처럼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했다.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이 이 회사 지분을 사들이기 위해 2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준비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영풍그룹과의 계열분리를 추진하는 과정에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영풍그룹 계열사인 코리아써키트와 에이치씨는 이달 23~26일에 고려아연 주식 6402주(0.03%)를 37억원에 매입했다. 주당 매입가격은 57만6884원이다. 영풍그룹은 지난 2019년 이후 3년 만에 고려아연 주식을 추가 매입했다. 영풍그룹은 추가로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치씨는 장형진 회장이 지분 100% 보유한 경영컨설팅업체로 지난해 출범했다. 장 회장은 지난달 21일 이 회사에 200억원을 출자한 바 있다. 넉넉한 '실탄'을 채우자마자 고려아연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장 회장이 고려아연을 인수하기 위해 이 회사를 세웠다는 관측도 있다.

고려아연은 고(故) 최기호·장병희 창업주가 세운 회사다. 고려아연 등 비철금속 계열사는 최윤범 부회장을 비롯한 최씨 일가가 맡고 있다.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형진 회장 일가가 담당한다. 두 집안은 상대 일가가 맡은 회사의 지분도 소유 중이다. 장씨 일가가 운영하는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27.49%를 보유하고 있다. 최씨 일가 역시 영풍 지분 13%를 가지고 있다.

영풍그룹 계열사들이 고려아연 지분을 사들이는 것은 계열분리를 위해 초석을 놓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두 가문은 최근 사업 문제로 이견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려아연이 2차전지·신재생에너지·자원순환 사업에 2030년까지 10조원가량을 투자하는 등 사업재편에 나섰다. 투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 18일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H2에너지USA(한화H2)를 대상으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한화H2에 지분 5.0%를 새로 발행해 4700억원을 조달했다. 한화는 최윤범 회장의 '백기사(우호 주주)'로 분류된다. 계열분리를 한다면 고려아연을 쪼개거나 두 가문이 계열사별 지분을 맞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주요 계열사를 놓고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 분할을 추진하거나 지분을 맞바꾸는 등의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핵심계열사인 고려아연 지분을 사들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이날 1000원(0.16%) 오른 61만9000원에 마감했다. 전날 5.64% 오른 뒤 이날 장 초반 7% 넘게 급등한 뒤 낙폭이 줄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