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실 칼럼] 추석 인사말과 간소화 된 차례 예절-굿바이 명절증후군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추석 인사말

올해는 늦은 장마로 수해 피해를 입은 분들이나 힌남노 태풍으로 어려뭄을 겪은 분들이 적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추석인사를 하기 전에 혹시 관련 피해는 없는지 관심을 갖는 것이 좋겠다. 혹시 피해가 있거나 상황이 어려운 분들에게는 위로의 마음을 담은 추석인사가 더 좋다.
마음을 담은 추석인사

“올해는 코로나에 장마와 태풍까지 겹쳐 무척 힘든 시기였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건강관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추석 연휴만이라도 모든 근심은 내려놓으시고 가족들과 함께 풍요롭고 넉넉한 한가위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런 추석인사가 더 따뜻하게 느껴질 것이다.
추석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주부들

전문가들은 명절 음식과 제사, 차례 준비 등으로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주부 중에 면역력 저하로 대상포진 등 각종 신체적·심리적 질환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명절 우울증 경험’에 대해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이 명절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기혼여성은 남성에 비해 1.5배나 높다?

이런 현상을 두고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도 생겼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대한민국에서만 있는 유일한 질환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다. 명절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화합의 장이 되도록 가족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차례 상의 형식을 간소화해야

차례는 조상을 기리고 조상의 음덕에 감사하는 전통이라는 통념이 지금까지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에 맞서 차례 상을 차리는 게 경제적·시간적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소리도 커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차례를 간소화해야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차례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설문조사 결과

뉴스포스트 설문조사 결과 성인남녀의 상당수가 차례 준비에 부담을 느낀다(67.7%).고 답했다. 그리고 명절 차례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여성의 응답 비율은 91.4%에 달했다고 한다. 이에 반해서 차례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답한 남성의 비율은 46.1%로 과반을 넘지 못했다.
차례를 간소화해야 하는 이유는?

차례 간소화 이유로는 시대상의 변화가 56.3%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금전적 부담과 시간적 부담이 차례를 간소화해야 하는 이유로 나타났다. 기타 응답으로는 “차례는 돌아가신 분을 기억하고 가족이 함께 모여 친목을 도모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준비 과정에서 여성이 할 일이 많은 게 문제라며 짚었다. 따라서 이런 이유로 형식적인 차례 상도 조금은 더 단출하게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차례 간소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

코로나19로 지인은 물론 가족 간에도 모이지 않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차례간소화가 강조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뿐만 아니라 불화가 될 요소가 줄고 소가족 중심으로 조용하게 보낼 수 있었던 까닭에 추석에 스트레스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유교식 차례와 제사문화

유교식 차례와 제사 문화가 여성에게만 부담을 강제한다는 비판이 있다. 여성에게만 차례 상 부담을 지우는 건 본래 유교 문화가 아니라고 하는 전문가도 있다. 이 부분은 전문가마다 의견이 조금 다르긴 하다. 한 유교 의례관련 전문가에 따르면 유교식 제사는 여성에게만 부담을 주는 게 아니라고 한다. 유교의 어떤 경전이나 기록에도 제사 음식을 여자만 하라거나, 또는 남자만 하라거나 하는 규정은 없다. 유교는 제례뿐만 아니라 관혼상제 모든 영역에서 남녀의 역할을 나누지 않고 같이 하는 것이라고 한다.
차례 상을 차릴 때 마다 자주 헷갈리기 쉬운 예절들

추석에 차례 상 차리는 방식도 집안문화마다 조금씩 다 다르다. 차례는 돌아가신 날에 제사를 지내는 조상, 즉 기제사를 지내는 조상께 지낸다. 차례 하면 복잡하고 지켜야 할 규칙도 많은 것으로 생각하나 그 유래와 원리를 가만히 살펴보면 조상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다.
성균관이 제안한 차례 표준안

추석을 앞두고 유교 전통문화를 보존해 온 성균관이 이번에 차례상 간소화 방안을 내놓았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 위원장은 명절 차례는 조상을 사모하는 후손들의 정성이 담긴 의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로 인해 고통을 받거나 가족 사이의 불화가 초래된다면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서 성균관에서는 9차례 회의를 거쳐 ‘차례 표준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성균관이 제시한 ‘차례 표준안’의 핵심은?

간소화가 핵심이다. 가령 ‘홍동백서’ ‘조율이시’라는 표현은 예법을 다룬 문헌에 없으며, 그냥 편하게 놓으면 된다고 전했다. 또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명절 때 전을 부치느라 고생할 필요가 더는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위(神位)

사당이 없는 일반 가정에서는 지방을 모시고 제사를 지냈다. 그러나 지방 대신 사진을 올려놓고 제사를 지내도 괜찮다고 전했다. 성묘를 하는 시기도 차례를 지내기 전이든 이후든 가족이 논의해서 정하면 된다고 했다.
‘차례 표준안’에 따른 추석 차례상의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적), 김치, 과일, 술 등 6가지다. 여기에 조금 더 올린다면 육류, 생선, 떡을 놓을 수 있다고 했다. 성균관 측은 이렇게 상차림을 하는 것도 가족이 서로 합의해 결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차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라

성균관 측은 “예의 근본정신을 다룬 유학 경전 ‘예기(禮記)’의 ‘악기(樂記)’에 따르면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대례필간ㆍ大禮必簡)고 했다. 아울러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으셔도 된다고 강조했다.
굿바이 명절 증후군

명절만 되면 오르내렸던‘명절 증후군’과 ‘남녀 차별’이라는 용어가 점점 사라질 것 같은 예감이다. 유교의 중추 기구인 성균관이 이번에 관행처럼 내려오던 복잡했던 의례문화의 핵심을 바로 잡아 줌으로써 명절 이후에 증가했던 이혼율도 낮출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추석의 본뜻을 깊이 새긴다면

시대에 따라서 형식은 조금씩 변해가더라도 추석의 본뜻을 깊이 새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추석에는 너무 형식에 연연해하기 보다는 조상과 가족의 귀함을 느끼면서 정성껏 차례 준비를 하면 어떨까 싶다. ‘가정에서 마음이 평화로우면 어느 마을에 가서도 축제처럼 즐거운 일들을 발견한다!‘는 속담이 있다. 이 말처럼 서로 따뜻하게 배려해주는 화목함으로 축제같은 추석을 즐기면 좋겠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 박영실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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