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원전파괴 우려' 우크라에 보호알약 550만정 지원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원전이 파괴될 위험이 커지자 유럽연합(EU)이 방사성 물질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예방하는 의약품을 우크라이나에 기부하고 나섰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우크라이나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오딘화 칼륨(KI) 알약 550만 정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원전에서 방사능이 새어 나오면 세슘, 스트론튬, 방사성 아이오딘 등이 방출된다.

방사성 아이오딘은 갑상샘에 축적돼 인체에 피해를 주는데 아이오딘화 칼륨 알약을 복용하면 갑상샘을 포화상태로 만들어 방사성 아이오딘의 축적을 막을 수 있다.

야네스 레나르치치 인도적 지원·위기관리 담당 EU 집행위원은 "어떠한 원전도 전쟁터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자포리자 원전 주변에서 모든 군사행동이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일 단지로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군이 올해 3월 점령한 뒤 우크라이나 직원에게 운영을 맡기고 있다.

근처에는 포격이 되풀이되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는 이런 위험한 행동을 두고 상대 소행이라는 책임공방만 반복하고 있다.

최근에는 포격 때문에 근처에 불이 나 원자로 냉각에 필요한 전원공급이 일시 차단되는 사태까지 빚어지면서 안전 우려가 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달 27일 아이오딘화 칼륨 알약 2만5천 정을 원전 50㎞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제공했다. EU의 이번 결정으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더 많은 주민에게 알약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26일 예방 차원에서 아이오딘화 칼륨 알약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집행위 산하 유럽 대응조정센터는 자체 비축량 500만 정과 오스트리아 정부로부터 50만 정을 받아 우크라이나에 아이오딘화 칼륨 550만 정을 지원한다. 여기에는 50만 유로(약 6억8천만원)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