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같은 법정에 연이어 선 '발달장애 자녀 살해' 두 친모

"아들·딸에 미안" 눈물…검찰, 항소심서 둘에 징역 10년씩 구형

지난 3월 경기도 수원과 시흥 주거지에서 각각 발달 장애 자녀를 살해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친모들이 31일 나란히 항소심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오후 3시 20분. 수원고법 2-2형사부(김관용 이상호 왕정옥 고법판사) 704호 법정에서 살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40대 A씨의 항소심 결심 공판이 열렸다.

A씨는 지난 3월 2일 오전 4시 50분께 수원시 장안구 주거지에서 잠자고 있는 아들(8)을 질식시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다운증후군을 겪는 아들 양육에 대한 부담감에 아들을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혼모인 A씨는 반지하 월세방에서 홀로 자녀를 키우면서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생활해왔다.

A씨의 아들은 숨진 당일 초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범행을 '반인류적'이라고 질책하면서도 가족들의 도움 없이 홀로 다운증후군인 아들을 양육한 점 등을 고려해 법정 권고형량(징역 5년 이상, 무기징역, 사형)보다 낮은 형을 선고하며 선처했다. A씨와 검찰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각기 항소해 진행된 이 날 공판에서 A씨는 미리 준비해온 최후진술을 보고 읊는 내내 감정에 북받쳐 흐느꼈다.

그는 "제가 만인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는 것 잘 알고 있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며 "처음이자 마지막일 제 아이에게 중죄를 저지른 죄인, 평생을 지옥 속에서 그날의 기억을 갖고 남은 인생을 살아갈 죄인을 부디 용서해달라"고 호소했다.
A씨는 1심 재판부에 20통이 넘는 반성문을 제출했으며, 항소심 재판부에도 이달 들어 4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냈다.

30분 뒤 같은 법정(2-3형사부)에서 20대 자녀를 살해한 50대 B씨의 항소심 공판이 연이어 진행됐다.

그는 A씨 범행일과 같은 날 비슷한 시간대인 3월 2일 오전 3시께 시흥시 신천동 집에서 중증 발달장애인인 20대 딸을 질식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이튿날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경찰에 자수했다.

갑상선암 말기 환자인 B씨는 남편과 이혼하고 딸과 단둘이 살아오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거동이 불편해 별다른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한 B씨에게는 기초생활수급비와 딸의 장애인수당, 딸이 가끔 아르바이트로 벌어오는 돈이 수입의 전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고인이 된 딸에게 사과한다.

자녀를 보호할 의무를 저버린 저의 선택이 잘못됐음을 깨닫고 반성하고 있다"며 "사회에 나가게 된다면 반성하는 마음으로 봉사하며 여생을 살겠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검찰은 유사한 두 사건의 안타까움을 표현하면서도 "범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이들에 대한 선고는 다음 달 20일과 27일 나뉘어 진행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