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누가 '미친 집값' 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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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진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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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뀌자 안정된 부동산
출범 초기부터 문재인 정부를 가장 괴롭힌 것은 집값이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두 달 뒤인 2017년 7월 “부동산 가격을 잡으면 기획재정부에 피자 한 판씩을 쏘겠다”며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2019년 11월)는 현실 부정은 끝까지 갈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은 ‘정말 부동산 부문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다”(2021년 5월), “부동산 문제는 제가 여러 차례 송구스럽다는 사과 말씀을 드렸다”(2021년 11월)며 고개를 숙였다.부동산 정책 실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거의 궤멸하다시피 한 보수정당을 되살렸고 정권 교체에까지 이르게 했다면 과언일까. 집값 급등이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이런 철옹성 같은 부동산 시장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놀랍게도 집값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족’이 대거 몰렸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외곽부터 하락이 시작되더니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을 거쳐 철옹성 강남까지 속절없이 내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5년 동안 전력을 기울여도 못 잡았던 집값을 윤석열 정부는 출범 3개월여 만에 안정시켰는데도 대통령 지지율은 한때 20%대로 추락하기도 했다. 도대체 이전 정부 때와 세상이 어떻게 달라진 것일까.
무모했던 집값과의 전쟁
되돌아보면 문재인 정부 때는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던 시기였다. 경제가 좋지 않았는데 코로나19까지 터지면서 미국 등 전 세계는 돈을 무지막지하게 풀었다. 집만 오른 게 아니고 주식도 올랐고 암호화폐도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였다.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몇십년 만에 최고 수준인 인플레이션으로 전 세계가 긴축으로 돌아섰다. 미국 등 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숨가쁘게 올리고 있다. 시중에 풀었던 돈을 다시 빠르게 빨아들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6.3% 올랐다. 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6%를 넘은 건 외환위기였던 1998년 말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올초 연 1.25%였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2.50%로 치솟았다. 월급 받아서 생활비 대기도 빠듯해졌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출 이자를 감당하면서 집을 살 수가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렇게 허탈하게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니 이전 정부가 5년간 벌였던 집값과의 전쟁이 더 허무하게 다가온다. 집값에 인위적인 정치 프레임을 입혀 도도하고 거대한 시장의 흐름에 역행하려고 한 것은 결과적으로 무모했다. 집값이 문 정부 5년간 폭등했던 만큼 하향 안정되면 국민들의 주거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 윤 정부가 전 정부와 달리 공급 확대로 집값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것은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이다. 이를 제대로 실천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