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측은 "법인카드 사용 몰랐다"는데…경찰 판단은 달랐다

경찰, 측근 배모 씨 송치하며 '공모공동정범'으로 김씨도 송치
직접 실행은 배씨가 했더라도 묵시적으로나마 모의했다면 '공범' 판단

"법인카드를 쓰거나 부당사용을 지시·용인한 게 아닌데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고통을 겪는 아내에게 남편으로서 한없이 미안할 뿐입니다. "
배우자 김혜경 씨가 경찰 소환조사를 받은 지난 2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 일부이다.

이 대표와 김씨 측은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처음 제기된 때부터 줄곧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법인카드 직접 사용자인 전 경기도청 별정직 5급 배모 씨 역시 자신의 '과잉 충성'에 의한 일이라고 밝혔다.

배씨는 의혹이 불거진 지난 2월 민주당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을 7급 A(사건 최초 제보자)씨에게 요구했다"며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상식적인 선을 넘는 요구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해명과 달리 경찰은 31일 업무상배임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김씨와 배씨를 함께 송치하면서, 이 사건을 배씨의 단독범행이 아닌 김씨와 배씨의 공동범행으로 봤다. 그 근거는 무엇일까.
경찰은 김씨를 이 사건 '공모공동정범'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공모공동정범은 공범의 범위에 포함되는 개념 중 하나이다. 2인 이상이 범행을 공모해 그 중 일부 인원만 공모에 따라 범죄를 실행했다 하더라도 실제 행위를 하지 않은 공모자까지 함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한다는 규정이다.

1997년 대법원 판례에는 "비록 전체의 모의 과정이 없었다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해 그 의사의 결합이 이뤄지면 공모 관계가 성립한다"며 "이러한 공모가 이뤄진 이상 실행 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범자의 행위에 대해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책임을 진다"고 명시돼 있다.

장기 미제 사건이었던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에서 범행을 공모만 하고 실행은 하지 않았던 50대 피고인이 지난 17일 항소심에서 1심의 무죄를 뒤집고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것 역시 "공모공동정범으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단 때문이었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서 김씨와 배씨 관계의 특수성에 주목했다.

배씨는 이 대표의 변호사 시절부터 성남시장, 경기지사, 대선 후보 시절까지 곁을 지키며 도운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특히 김씨와 상당 부분 일정을 같이하며 사소한 일도 조율해 온 배씨가 이 대표 부부에게 흠이 될 수 있는 불법적인 일을 독자적으로 했으리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이 판단에는 김씨가 법인카드로 소고기나 초밥을 사서 자신의 집으로 가져다주는 등 배씨의 법인카드 사적 사용 사실을 묵인한 정황이 수사를 통해 드러나는 등 여러 간접 증거가 근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배씨에게 법인카드 사적 사용을 직접 지시한 정황이 나왔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이 김씨를 교사범 등이 아닌 공모공동정범으로 판단한 점을 고려하면 경찰 역시 김씨가 배씨에게 카드 사용 등을 직접 지시한 정황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막 송치가 이뤄진 터라 경찰이 수집한 증거가 검찰 단계에서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또 재판에 넘겨진다면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나올지 현재로선 예단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의혹과 관련해선 아직 수사가 마무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혐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법인카드 사용) 직접 지시 여부 등 수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