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문 폭증하는데 사람 없다"…고용부, 유연근로제 확대 시사

주52시간 근로 예외 일시적 인정하는 제도

코로나19로 확진 직원 급증, 일시적 수출물량 급증 사례 제시
이정식 장관 "일시적 어려움 겪는 기업에 선택권 넓혀줘야"
에어컨 제조사 A업체는 최근 3개월간 100명의 근로자가 에어컨 2만대를 생산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세계적 이상 고온 현상으로 해외 주문량 급증하면서 20% 증산이 필요했다. 급하게 인력을 충원하려 했지만 어려워 발을 동동 구르던 상황에서 고용노동부에 특별연장근로 사용 신청해 급박한 불을 껐다.

전자기기 부품 제조 B공장은 올해 2월 3교대 생산직 근로자 264명 중 25명이 코로나 확진 및 격리됐다. 공장은 불가피하게 10일간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해 납기를 소화했다.
고용부가 밝힌 특별연장근로 인가 허용 실제 사례다. 특별연장근로란 재해·재난 수습, 업무량 폭증 등 '특별한 사정'이 발생하는 경우 고용부 인가를 받아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를 초과해서 일 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2016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중소기업 연구인력들의 근로시간 제한을 완화해주기 위해 도입됐다.

이런 특별연장근로제도가 최근 급증하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특별연장근로 인가 현황 분석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올해 7월에만 5793건…주52시간제 확대로 폭증

올해 상반기부터 주52시간 근로의 예외를 제한적으로 인정해주는 '특별연장근로' 신청이 급증하는 추세다. 특별연장근로 신청에 대한 인가건수는 2020년 4204건(1301개업체), 지난해 6477건(2116개)으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 7월말 기준으로도 벌써 5793건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77.2% 증가한 수치다.

올해도 급격히 상승한 배경엔 주52시간제가 지난해 7월부터 5~49인 영세사업장에서 전면 시행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밖에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갑작스러운 인력 공백이 심해지면서 신청이 급증했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또 최근의 구인난이 이런 현상을 가중시켰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인가 사례가 폭증하고 있지만, 우려됐던 과도한 연장근로 조짐은 없다. 노동계 등 일각에서는 특별연장근로가 주52시간제를 와해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하지만 고용부 조사 결과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받은 근로자의 연장근로는 주 16시간으로 나타났다. 인가 기간에도 주 56시간 정도 일하는 데 그친 것이다. 인가받지 않는 근로자들은 1주 평균 7시간 정도를 연장근로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장근로 인가 기간도 1년간 최대 90일까지 활용이 가능하지만, 49.4%의 사업체가 29일 이하로 활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두 달을 넘겨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하는 사업장은 열곳 중 다섯 곳이 채 되지 않았다.

또 고용부에 따르면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업장에서 임금체불이나 근로감독 등이 문제된 사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장근로수당 받자"…다른 유연근로제 보다 선호돼

탄력근로제 등 다른 유연근로제도 있지만 활용률이 저조한 편이다. 유독 현장에서 특별연장근로를 선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탄력근로제의 경우 사전에 연장근로 타임테이블을 제출해야 하는 등 긴급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워 사업주들이 활용을 어려워 한다"고 설명했다.

한 공인노무사도 "근로자들도 OT(연장근로수당)를 챙길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를 탄력근로제 등 다른 유연 근로제 보다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특별연장근로를 승인받은 사업장은 재차 고용부 승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연장근로 수당 등 관련 법규를 잘 지키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하는 사업장은 어려움이 가시화된 곳"이라며 "일시적·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어려움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줘야 한다"고 말해 유연근로제 확대를 시사했다.

고용부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 등을 통해 주52시간제의 큰 틀을 유지하되 연장 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관리하는 근로시간제 등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노동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노총은 31일 설명서를 내 "특별연장근로는 주52시간을 초과해서 연장근로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됐다"며 "노동 개악 명분 쌓기용 행보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