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한 개 3천500원, 장보기 겁나" 추석 대목 사라진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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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추석·집중호우로 과일·채소값 급등…제수품 구입도 망설여
떠들썩하던 분위기 사라져 '썰렁'…시민들 "차례상 다이어트 불가피" "장바구니에 과일이랑 채소 몇 개 안 담았는데 10만 원이 훌쩍 넘네요. 장 보기가 무서울 지경입니다.
"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대목을 앞둔 31일 중부권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청주 육거리시장을 찾은 김향숙(55)씨는 차례상 차릴 사과를 고르면서 혀를 내둘렀다.
물가가 많이 오른다는 뉴스를 여러 차례 접했지만, 막상 시장의 체감물가 인상 폭은 상상을 훨씬 초월했다. 조상에게는 품질 좋은 과일을 올리고 싶은 욕심에 빨갛고 씨알 굵은 사과를 집어 든 그는 한 개에 3천500원이라는 상인의 말에 깜짝 놀라 도로 내려놨다.
그는 "명절이 가까워지면 과일값이 더 오를 것 같아 미리 장을 보러왔는데 도무지 지갑 열 엄두가 안 난다"며 "과일의 가짓수를 줄이던지 품질을 낮추던지 좀 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추석을 1주일 여 앞두고 활기가 넘쳐야 할 전통시장이 급등한 물가로 인해 시름하고 있다. 상인들은 팔리지 않는 과일과 야채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시민들은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가격만 확인할 뿐 쉽사리 지갑을 열지 못했다.
육거리 시장에서 30년 넘게 야채 가게를 운영한다는 정재순(71)씨는 "상추 1상자에 3만∼4만 원, 오이는 5만 원까지 오른 상태여서 손님에게 내놓기 민망할 지경"이라며 "이른 추석에다가 이달 중순 집중호우로 채소 작황도 안 좋아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옆집 야채 가게 주인 양모(67)씨도 "도매시세가 하루가 다르게 올라 우리도 남는 게 없다"며 "이맘때면 명절 준비를 하는 시민들로 북새통이었는데 올해는 조용하다 못해 썰렁하다"고 거들었다. 한국물가협회가 지난 26∼29일 서울·인천·부산 등 전통시장 8곳에서 차례용품 29종의 평균 가격을 조사한 결과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은 4인 가족 기준 27만7천940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6만1천270원보다 6.4% 올랐고, 농산물 가격 급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중에도 폭염과 폭우 등 기상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 채소류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작년과 비교해 시금치는 23.1%, 애호박은 24.6%, 파값은 12.8% 상승했다. 떡집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송편을 전문으로 파는 김모(55)씨는 "대개 추석 2주전 부터 선물용 예약이 들어오는데 올해는 주문이 반토막났다"며 "가격 부담 때문에 예전처럼 한 말 두말하는 주문은 아예 없고, 대부분 차례상을 올릴 소포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어려워진 가계 상황을 고려해 허리띠를 더욱 세게 조르고 있다. 주부 정모(40)씨는 "한우 대신 수입 소고기를 사고, 4개씩 올리던 과일도 1개만 놓는 등 차례상 다이어트가 불가피하다"며 "부모님 등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선물도 건너뛸 예정"이라고 푸념했다.
/연합뉴스
떠들썩하던 분위기 사라져 '썰렁'…시민들 "차례상 다이어트 불가피" "장바구니에 과일이랑 채소 몇 개 안 담았는데 10만 원이 훌쩍 넘네요. 장 보기가 무서울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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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대목을 앞둔 31일 중부권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청주 육거리시장을 찾은 김향숙(55)씨는 차례상 차릴 사과를 고르면서 혀를 내둘렀다.
물가가 많이 오른다는 뉴스를 여러 차례 접했지만, 막상 시장의 체감물가 인상 폭은 상상을 훨씬 초월했다. 조상에게는 품질 좋은 과일을 올리고 싶은 욕심에 빨갛고 씨알 굵은 사과를 집어 든 그는 한 개에 3천500원이라는 상인의 말에 깜짝 놀라 도로 내려놨다.
그는 "명절이 가까워지면 과일값이 더 오를 것 같아 미리 장을 보러왔는데 도무지 지갑 열 엄두가 안 난다"며 "과일의 가짓수를 줄이던지 품질을 낮추던지 좀 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추석을 1주일 여 앞두고 활기가 넘쳐야 할 전통시장이 급등한 물가로 인해 시름하고 있다. 상인들은 팔리지 않는 과일과 야채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시민들은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가격만 확인할 뿐 쉽사리 지갑을 열지 못했다.
육거리 시장에서 30년 넘게 야채 가게를 운영한다는 정재순(71)씨는 "상추 1상자에 3만∼4만 원, 오이는 5만 원까지 오른 상태여서 손님에게 내놓기 민망할 지경"이라며 "이른 추석에다가 이달 중순 집중호우로 채소 작황도 안 좋아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옆집 야채 가게 주인 양모(67)씨도 "도매시세가 하루가 다르게 올라 우리도 남는 게 없다"며 "이맘때면 명절 준비를 하는 시민들로 북새통이었는데 올해는 조용하다 못해 썰렁하다"고 거들었다. 한국물가협회가 지난 26∼29일 서울·인천·부산 등 전통시장 8곳에서 차례용품 29종의 평균 가격을 조사한 결과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은 4인 가족 기준 27만7천940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6만1천270원보다 6.4% 올랐고, 농산물 가격 급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중에도 폭염과 폭우 등 기상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 채소류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작년과 비교해 시금치는 23.1%, 애호박은 24.6%, 파값은 12.8% 상승했다. 떡집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송편을 전문으로 파는 김모(55)씨는 "대개 추석 2주전 부터 선물용 예약이 들어오는데 올해는 주문이 반토막났다"며 "가격 부담 때문에 예전처럼 한 말 두말하는 주문은 아예 없고, 대부분 차례상을 올릴 소포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어려워진 가계 상황을 고려해 허리띠를 더욱 세게 조르고 있다. 주부 정모(40)씨는 "한우 대신 수입 소고기를 사고, 4개씩 올리던 과일도 1개만 놓는 등 차례상 다이어트가 불가피하다"며 "부모님 등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선물도 건너뛸 예정"이라고 푸념했다.
/연합뉴스